[이슈크래커] “뭣이 중헌디”...경기침체의 역설

입력 2022-07-29 11:59 수정 2022-07-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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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한 상점에서 남성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한 상점에서 남성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침체 논란에 불이 붙었다. 미국 경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 진입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경기침체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격렬한 경기침체 논란에도 미국 경제의 회복이 이미 끝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2분기 GDP가 전기 대비 0.9%(예비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마이너스(-)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기술적 침체에 빠진 것으로 간주된다. 미국에서 1949년 이후 총 10회에 걸쳐 2분기 이상 역성장이 발생했다. 추후 모두 공식 경기침체로 판정됐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이 결정하는데 평균 7개월이 걸린다.

2분기 역성장은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큰 폭 위축된 영향을 받았다. 임금이 올랐지만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워낙 치솟은 탓에 구매력이 감소했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1% 급등하며 4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섭게 뛴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도 주택 및 설비 투자 감소를 부채질했다. 2분기 주택 투자는 전기 대비 14% 급감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작년 초 2.7%에서 지난 6월 말 5.8%로 두 배가량 치솟으면서 투자 심리가 꺾였다. 설비투자도 0.1% 감소했다. 인력난이 심화한 데다 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기업이 생산설비 투자를 미룬 영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기업 경영자들과 경제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기업 경영자들과 경제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이 같은 지표에도 미 정부 관계자들은 경기침체 인정을 꺼리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만 경기침체 국면은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경제 성장에 뚜렷한 둔화가 있다”면서도 “경기침체는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경제의 약화인데 현재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그렇게 판단한 배경으로 노동시장 상황을 꼽았다. 2분기 고용이 110만 개 늘어 지난 경기침체 당시 첫 석 달간 24만 개 일자리가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는 설명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고용, 소비, 투자 지표를 근거로 경기침체 주장을 불식시켰다. 그는 성명을 통해 “지난해 역사적 수준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고 전염병 대유행 위기 때 잃은 민간 부문 일자리를 모두 회복함에 따라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NBER가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데 고용지표가 큰 영향을 미친다. NBER에는 총 8명의 경제학자가 위원으로 참여해 실질소득, 개인소비지출,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 광공업 생산 등을 참고한다. 이를 근거로 경제 전반에 걸쳐 경제활동의 현저한 하락이 몇 개월 이상 계속되는 상황을 경기침체로 본다. 경기침체 판단에서 주요 지표인 고용상황은 옐런 장관의 지적에 힘을 싣는다. 미국의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용이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NBER의 경기침체 판단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셈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EPA연합뉴스
한편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 ‘선고’를 받는지와 상관없이 이미 경기회복이 끝났다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경제활동 주요 지표는 성장이 멈췄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총지출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이 같은 둔화 추세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우려를 더 키운다. 현재 움직임을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한 연준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추가 인상 여지도 충분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FOMC 이후 경기둔화가 불가피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공급 측면이 따라잡을 수 있도록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 가능한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실제 미국의 2분기 GDP는 의회예산처가 2020년 1월 예상했던 수준에서 2% 낮다. 고용률도 2% 아래에 있다. 잠재성장률이 팬데믹 이전 예상했던 수준보다 낮다는 의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지난 2년간 팬데믹과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 경제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불가피하다고 간주되는 ‘경기침체’가 장기적으로 세계경제 체질을 바꾸는 ‘약’이 될 수도 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금리와 에너지 충격 대가로 물가를 낮추고 청정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게 ‘한 가닥 희망(silver lining)’이라고 지적했다. 빚 더미에 앉은 가계들이 지출을 줄이고, 취약한 금융시스템에서 대출로 연명하는 기업들이 정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정적 에너지 확보 의지를 키운 것도 결국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는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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