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올해 초 강남의 한 안과에서 백내장 진단을 받고 수술했다. 수술 받기 전 안과에서는 실손보험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A씨를 안심시켰다. 수백만 원의 수술비를 쓴 A씨는 실손보험금을 보험사에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의료자문동의를 요구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A씨는 "병원 말만 믿고 수술한 선량한 보험 계약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해당 병원에 문의해도 금융감독원과 보험사에 민원 넣는 법만 안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내장 지급보험금을 둘러싼 소비자들과 손해보험사, 병원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손해보험사 민원 건수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이후 안과들이 절판마케팅을 진행한 후 청구가 증가했고, 병원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민원에 대응한 영향으로 보인다. 백내장 등 실손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무조건 민원 넣으라"는 병원 말만 듣다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손보사들의 민원건수는 1만3073건으로 전 분기 1만727건 대비 21.8% 증가했다. 전년 동기(1만20건)와 비교하면 30.4% 늘어난 수치다. 유형별 민원건수로 살펴보면 보험모집, 유지관리, 보상 중 보상 유형의 건수만 크게 늘어났고, 나머지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백내장 등 실손보험 비급여 심사기준 강화로 인한 보상 민원이 폭증한 영향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백내장 수술을 비롯한 실손보험금 청구액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급증함에 따라,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해 보험금 지급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청구금액(하루평균, 손보 10개사)은 지난해 40억9000만 원에서 올해 1월 53억8000만 원, 2월 67억5000만 원, 3월 110억 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손보사들의 민원건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민원은 총 1만727건으로 전년 동기 9278건 대비 15.6% 증가했다.
특히 일부 안과 병원 사무장들의 조직적인 민원 대응이 최근 민원 건수 증가의 요인으로 보인다. 이들은 오픈 카톡방 등을 만들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보험사에 민원 넣는 법을 알려주고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픈 카톡방에서는 '돈 받으려면 무조건 민원 넣어라'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기관·소비자·보험사까지 모두의 잘못으로 벌어진 백내장 사태의 최종 책임이 애꿎은 소비자에게만 전가됐다는 점이다. 보험금을 받게 해주겠다던 의료기관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백내장을 보장한다던 보험사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보험료와 병원비를 내고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한 소비자”라며 “하지만 보험금 지급은 약관에 따른 지급심사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선량한 보험소비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를 조장하는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