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기업의 투자 확대나 고용 증진을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은 법인세율 인하와 조세 지원 확대밖에 없어요. 특히,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자본의 사용자 비용이 떨어져 투자가 당연히 늘어납니다. 3고 현상으로 인해 인하 효과가 상쇄될 수는 있어도 분명히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지난달 28일 세종 KDI 연구실에서 진행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구간을 3단계로 축소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김 부장은 2017년 조세재정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이었을 당시 법인세율을 3%포인트(P) 인상하면 기업의 투자가 0.7%, 고용이 0.2%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도 0.3% 줄어들 것이라는 조사를 내놨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김 부장의 연구를 법인세율 인하 효과의 실증 자료로 제시했다.
김 부장은 법인세율 인하가 대기업 감세 중심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치적인 프레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모든 여건이 동일할 때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하해 자본의 사용자 비용을 낮춰주면 기업은 투자를 더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정책 변수가 아닌 물가나 환율 등이 올라가면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제고 효과가 상쇄된다"고 밝혔다.
그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은 기업이 투자하기에 굉장히 안 좋은 환경이어서 당장의 투자 감소는 확실하다고 본다"면서도 "그 감소 폭을 얼마나 완화시킬 것인가가 정부의 대응 방향이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돌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의 폭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측한 것보다 투자가 늘어난 것 같지 않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법인세율을 인하한 후의 외적 변화를 고려한다면 효과는 분명히 있다"며 "지금처럼 기업의 투자 환경이 좋지 않은 시기에 법인세 최고세율을 유지했을 때 투자가 더 많이 감소할 것을 법인세율 인하로 덜 줄어들게 했다면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김 부장은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인세 실효세율을 보완하는 등의 대책이 나오면 효과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과세 감면을 정비하거나 세제를 새롭게 도입하는 등 법인세 실효세율을 보완하는 대책을 내놓게 되면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며 "명목세율은 깎아놓고 감면제도는 축소하면 세금은 원래대로 내는 것만큼 내라는 것인데, 투자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 과표기준 구간을 3단계로 축소하는 방안과 관련해선 궁극적으로는 단일세율로 개편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영국 독일 등 24개의 선진국은 이미 법인세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김 부장은 "영리 법인에 대해선 기업 규모하고 상관없이 동일한 과세 체계를 가져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피터팬 증후군'을 근거로 들었다. 피터팬 증후군이란 중견으로 성장한 기업이 규제와 세 부담 등으로 중소기업이라는 지위에 머물고자 스스로 성장을 꺼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높은 과세 단계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사업을 축소하는 등 오히려 성장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소·중기업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그 위로 성장하면서 포기해야 할 재정이나 조세 지원 제도가 없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높은 세율이 아닌 낮은 세율을 적용하게 되면 영리법인이 돈을 더 벌 수 있고, 결국 과표가 늘어나 세수도 더 걷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연적인 세수 증대와 기업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부장은 48개 업종에 대해 소득세·법인세 일부를 감면해주는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기업이기만 하면 5~30%의 세액을 감면해주기 때문에 투자나 고용, 연구개발 같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제도를 폐지하고, 투자와 연구개발을 늘리는 기업에 더 많은 혜택을 주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