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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에 국내 최장수 금융 담당 섹터 애널리스트 출신 리서치센터장인 조병문 KB투자증권 상무는 역시 소신 발언의 대가다웠다. 최근 미국의 씨티그룹 국유화를 두고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말해 시장참가자들과 금융 당국으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그는 여전히 날카롭고 과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 헤드이자 애널리스트로서 언제나 시장이 궁금해하는 화두를 명쾌하게 풀어냈던 그는 여전히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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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해 하반기 본격 가동된 이후 반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도 여전히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보고서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조병문 상무는 애널리스트 고유의 시각과 원칙, 논리적인 분석, 시장의 관심이라는 삼 박자가 완벽하게 맞물리게 될 경우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는 점을 직원들에게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는 애널리스트 개개인의 역량과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이같은 고민은 언제나 요구된다며 단 한장의 보고서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작성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최근의 근황을 전했다.
조 상무는 "먼저 나 조차 스스로 작성한 보고서가 성에 차지 않으면 일이 풀리지 않는 성격이라 동료 애널리스트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병문 상무는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 출신으로 대신, 교보, 현대, LG투자증권(現 우리투자증권) 등을 두루 거치며 그동안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로 15년 이상을 활약해왔다.
특히, 국내외 언론사로부터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은행 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자리를 꾸준하게 유지해왔고 지난 2006년부터 KB투자증권(舊 한누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다음은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작금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한 미 금융기관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 정부가 그동안 취해왔던 일련의 조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먼저, 미국의 일부 은행들은 잠재 부실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미 정부가 자본금을 확충해 주는 구제금융으로만 재무구조가 정상화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역대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사례를 살펴보면 자산가격 버블붕괴→금융시스템의 위기→경기침체 장기화 수순으로 진행되어 왔다. 미국의 경기 침체도 이미 15개월째 진행 중이며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 평균 침체기간인 10개월을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더 이상 기준 금리를 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최근 양적 통화 완화 정책을 채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제로금리 정책에 이어 양적 완화 정책을 펴야 할 정도로 미국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장기국채 매입 카드가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고 봐야 한다.
미국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상황이 예상 보다 심화되고 오래지속될 수 있음을 미국 정부가 인식한 만큼 이제 최종 목표는 경기부양에 맞춰질 것이다.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국채를 팔아 유동성을 확보한 은행들이 대출을 재개해 경기회복의 관건인 소비를 늘린다는 원칙을 깨닫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된 만큼 향후 미국의 경기부양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금융기관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연체율 상승과 저성장, 마진 하락 등으로 펀더멘털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초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시중 은행들은 지난 2년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출자산 성장 경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외국으로부터 단기 자금을 대규모로 차입해 중소기업과 주택 금융 등에 무분별한 여신을 제공했다. 장기 조달보다 단기의 경우 리스크 프리미엄이 적기 때문이고 이 자금을 중기대출과 가계대출을 운용했다.
특히, 가계대출은 만기가 3~10년에 걸쳐 있는데 조달과 운용의 만기구조가 불일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증권사는 이 기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출시하면서 은행 예수금의 상당 부분을 흡수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자산에 대한 성장 경쟁 과정에서 이기기 위한 자금을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기존 예수금마저 빠져나가는 악조건에 처했던 것이다.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 파산은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사정은 급격히 악화시켰고 국내 은행권 자금 조달 여건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에 해외 금융기관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대부분 상환해 가는 상황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은행들은 원ㆍ달러 환율 상승과 대외적 신인도 저하 속에 근본적인 펀더멘탈을 의심받게 됐다.
한 마디로 대출자산에 대한 지나친 성장경쟁과 듀레이션 관리 실패라는 두 가지 원인에 국제금융 시장 여건 악화가 맞물려 국내 은행권의 위기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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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씨티그룹 국유화 관련 분석 보고서를 통해 여의도 증권가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씨티그룹 국유화가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실패라고 진단했는데 당시와 지금의 입장은 크게 변함이 없는건가?
-씨티 국유화는 뱅크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결정으로 자산 부실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외부로부터 자금 조달이 더 이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당국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미 보고서를 통해 밝혔듯이 국유화가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아닐뿐더러 이같은 조치로 미 금융시스템 회복이 곧바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만큼 이같은 생각에 변함이 없다.
신용 경색 심화로 시작된 은행권 부실이 점차 신용카드, 자동차 금융 등 전 분야로 확산되는 가운데 시장의 자율 조정을 통한 문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기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과 그동안 논의됐던 배드뱅크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 또한 시장 실패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미 국책모기지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국유화 조치를 통해 한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음에도 더 이상 사용 가능한 카드가 남아 있지 않아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국유화가 시행된 이후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80% 이상 급락세를 보였고 미국증시는 추가적인 신용경색이 이어짐에 따라 장단기 주가 부양은 모두 실패했다.
영국의 경우 이미 지난해 4분기에 노던록, RBS 등 은행 국유화를 추진한 바 있지만 이같은 국유화 조치만으로 금융시장 신용경색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 금융기관 국유화 논의 과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한 마디 부탁한다.
-씨티그룹을 비롯한 여타 미국 주요 은행들이 앞으로 겪게 될 국유화 과정은 그 규모와 이해관계의 복잡성을 고려한다면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재까지의 판단이다.
다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미국의 국유화 결정이 갖는 장단점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장점으로는 금융기관의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고 정부가 은행에 투자할 경우 우선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으며 국유화를 통한 부실 은행의 주주와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으로는 납세자의 부담이 증대될 수 있고 정부 경영에 따른 상대적 비효율성과 소유권 이전 비용 및 정치적 압력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 2월 미 재무부의 금융안정대책이 발표된 뒤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국유화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어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추가 자본확충 필요성이 결정되겠지만 이같은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스웨덴 정부의 금융기관 국유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웨덴이 당시 부실회사 경영진을 퇴출시키거나 가이드라인을 맞추지 못한 기업의 주식을 강제 매수하는 등 구조 조정을 신속하게 진행시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미 정부의 신속한 대응 속도와 구조조정 강도가 성공의 결정적인 변수 될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로 은행권이 한 차례 시끄러웠다. 이번 피치의 분석 과정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피치가 최근 국내 은행들의 재무건전성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과정에서 외국 기준을 무리하게 적용해 국내 금융권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등의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시장은 피치의 국내 은행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시나리오 가정상의 문제점 등으로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대체적인 상황이고 시중 은행의 재무건전성과 손실 흡수능력에 당장의 문제는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피치가 평가한 것처럼 대외 의존적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은행권의 손실이 보도된 대로 42조원까지 확대되면 그땐 미국, 영국, 일본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경제 사정과 은행 재무구조 또한 한국 이상으로 악화됐을 것이다.
다만, 이들이 부실한 전망을 내놓기까지 지표로 삼았던 부분인 악화되는 경제환경과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은행 수익성 지적 부분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외부의 잠재적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은행 자체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개별등급을 내렸다는 점에서 실제 이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국내 은행권이 얼마나 자생력을 갖췄는지도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경제 때리기' 식의 신용 평가도 없지 않다고 생각되는 한편, 이번 피치의 등급 하향 결정으로 정부 당국과 시장이 냉철하게 국내 은행권의 현실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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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국내 은행들은 좀 더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입장을 모 언론을 통해 밝히셨는데 이같은 발언을 시장참가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석해야 하는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엄격한 내부 기준을 갖고 옥석을 구분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산건전성 역시 지켜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한 발언이다.
시중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꾸준히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는 시중에 자금을 풀라고 압박하는 한편으로는 자기자본 확충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원칙이기 때문이다.
'비올 때 우산 뺏는 은행'이라는 비난을 당장 감수하더라도 정말 필요한 곳에 제대로 자금을 집행,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그 피해가 재차 국민에게 돌아오지 않고 금융위기로부터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은행 자산건전성이 훼손돼 부실화 될 경우 은행권 신용등급 하락을 넘어 곧바로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최근 피치의 국내 은행 때리기를 통해 경험하지 않았는가. 상업은행 부실화가 초래할 엄청난 파장이 우려돼 미국도 씨티그룹 국유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아울러 은행은 자선기관이 아니라는 뜻을 분명히 밝혀두고 싶다. 은행정책과 재정정책, 복지정책은 각각 구분되어야 하며 이와 별개로 구조조정 과정을 제대로 거쳐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실물경기 침체가 얼마나 더 오래갈 것인지 모두가 궁금해하는 상황이다. 경기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위한 전환점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경기곡선을 다들 너무 단순하게 논의하고 있어 이런 질문을 받을 땐 답변하기가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경기는 향후 회복된다고 해도 이중 바닥형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돼 이중 바닥 중 두번째 바닥을 경기 저점으로 판단한다면 2009년에는 요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중 바닥 중 첫번째 바닥에서 베어마켓 랠리가 전개된다면 2009년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일 가능성이 높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등 금융정책을 지난해 9~10월부터 적극적으로 전개한 가운데 그 유효기간은 최대 6개월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같은 금융정책 효과가 나타난다면 2009년 상반기 중 나타나야 된다는 의견이고 이러한 기대가 무산될 경우 경기 불황은 장기화 될 가능성도 염두해야 할 것이다.
▲그간 낙폭이 컸던 은행주가 최근 반등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은행주 투자 포인트와 시점을 어떻게 잡아야 할 것인지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
-아직까지 은행주 대세 상승기 진입은 아니다. 단기(1개월) 투자시 원ㆍ달러 환율이 은행주 투자 지표이며 장기(3~12개월 이상) 투자시 미국과 한국 공히 과잉 투자되어 있는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성패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여파에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은행주가 최근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점차 완화 기미를 보이면서 낙폭이 컸던 만큼 반등세도 가파른 모습이다.
이는 주가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시장에 부각된 것과 더불어 원ㆍ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 및 금융 불안의 진원지인 미 금융기관의 실적 개선 소식 맞물린 결과로 해석 가능하다.
이는 단기 투자 기준에 해당한다. 환율이 떨어지게 되면 은행들이 짊어지고 있는 위험자산의 원화환산금액이나 거래 상대방 통화 파생상품의 평가손실 부담이 줄어 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최근 환율의 투기적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꾸준히 하락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환율 안정에 힘입어 단기적으로는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은행권 펀더멘탈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과 산업별 구조조정 성패를 확인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