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發 쇼크에 해외건설 수주 전망 '먹구름'

입력 2009-03-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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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알주르 제4정유공장 신설 프로젝트(NRP)가 취소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해외 건설의 주무대 격인 중동 수주가 더욱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동 건설수주의 위축은 지난해 중반 이후 오일달러 약세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함께 겹치면서 시작됐다. 오일달러 약세로 중동 각국 정부는 발주계획을 잇따라 연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우리 건설사 네 곳이 약 63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던 알주르 NRP의 발주처인 쿠웨이트는 정국불안까지 가중되면서 추가 수주가 중단될 상황에 놓였다.

알주르 NRP는 총 140억 달러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로 GS건설(20억달러)과 SK건설(20억6000만달러), 대림산업(11억8000만달러), 현대건설(11억2000만달러) 등 국내 4개 건설사가 총 63억6000만달러 어치를 수주했다.

알주르 NRP의 취소는 우선 쿠웨이트 국가 내부의 불안한 정국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쿠웨이트 통치자인 셰이크 사바흐 국왕은 의회의 총사퇴서를 수리했으며 아울러 의회도 해산했다. 쿠웨이트는 두 달 안에 총선을 통해 새로운 내각과 국회를 구성할 계획이지만 정국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알주르 NRP의 무기연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와 수주 건설사들은 알주르 NRP이 결국 재입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 역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알주르 NRP에 반대했던 쿠웨이트 의회는 KNOC와 국내 건설사들이 맺은 발주자가 사업시 추가 발생하는 비용까지 사후에 정산하는 방식인 '코스트 앤 피' 계약조건이 자국에 불리하다고 반발했으며, 결국 쿠웨이트 정부도 이번 내각 총사퇴에 맞춰 사업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발주 취소는 쿠웨이트 뿐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들에게도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른 중동 국가 역시 발주 계획을 취소할 가능성도 타진되고 있으며, 이들 중동국가들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도 예상되고 있어 1~2년전 과 같은 중동호황은 다시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쿠웨이트가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알주르NRP 사업을 포기할 만큼 경제사정이 어렵다는 반증도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20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중동 바레인의 통화 및 외화 채권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한 바 있다. 바레인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중동국가 중 첫 사례로,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UAE와 쿠웨이트 등도 신용등급 하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최근 3~4년간의 고유가 시대를 틈타 잇따라 금융업을 중심으로 다른 산업으로도 진출을 시작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두바이도 사업 마무리나 추가 수주 등이 어려워지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중동 국가 중 비교적 경제사정이 좋은 사우디 등도 대규모 공사 발주를 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쿠웨이트와 다른 중동 국가의 사정은 다르지만 이번 알주르 NRP 취소건은 중동 수주 전망에 부정적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중동 시장의 대체격인 아시아 시장은 더욱 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해외건설 수주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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