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러시아발 유럽 에너지위기 가능성은?

입력 2022-08-0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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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유럽의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고,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확대될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연내 종료될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유럽은 가스가 부족한 채로 겨울을 맞을 수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상품 가격의 하락 압력이 높아졌지만, 천연가스만큼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차질이 주요 원인이다. 러시아가 지난 6월 노드스트림1 가스관으로 보내던 천연가스를 60% 줄였고, 7월에는 유지보수를 이유로 열흘간 가스관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탄과 석유 등 에너지 제재를 발표하면서 러시아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에너지 공급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천연가스가 주로 냉난방과 전기 소비에 쓰이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계절적인 수요가 유입되는 시기이고, 최근 북반구의 폭염으로 냉방 수요가 증가한 점도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 압력을 높인 요인일 것이다.

유럽에서 천연가스발 에너지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에너지 자립도가 낮고 러시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EU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58%이고,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9%, 43%로 가장 높다.

물론 유럽도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EU는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처 다변화 및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RePowerEU를 발표하면서 에너지 절약, 에너지 공급처 및 종류 다각화, 이를 시행하기 위한 자금 확보 및 지원책에 대해 밝혔다. 앞으로 미국과 카타르에서 LNG 수입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럽 에너지 불안이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스는 2분기, 3분기에 재고가 쌓이고, 4분기, 1분기에 난방 등의 수요로 재고가 줄어드는 계절성을 가진다. 현재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고 있는 가스 양은 지난해 평균 대비 37%에 그치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가스 공급량을 늘리지 않으면, 4분기 및 내년 1분기 중 가스 재고가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다. 이는 현재 유럽 LNG 수입 터미널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이 유럽 가스 수요의 4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주로 가스관을 통해 천연가스를 수입해 왔으며, 그 중 러시아산의 비중이 70%에 달한다. 특히 독일은 LNG를 수입할 터미널이 없다. 독일의 LNG 터미널 건설 및 운영이 2026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전까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수입이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서방 제재로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가스 공급을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푸틴 대통령은 가스관 운영이 재개되더라도 공급량이 100%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유로는 캐나다에 수리를 맡긴 가스터빈이 제때 반환되지 않고 있고 이는 서방 제재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21일부터 노드스트림 운영은 재개됐으나 공급량은 기존의 40% 수준에 그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 전략이 도출되지 않고 있어 연말로 갈수록 유럽 가스 부족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면, 먼저 에너지 가격의 하락 압력이 약화돼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최근 유가 흐름을 보면 수요 불안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러시아발 가스 공급 중단 소식에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제유가의 하락도 제한되고 있다. 유럽의 주요 난방 에너지원이 가스와 난방유인 점을 감안하면 가스 공급이 불안해질 경우 석유 수요로 연결될 수 있고, 연말에도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음으로 유럽 경기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IMF는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와 내년 독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독일에서 가스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분야는 산업인 만큼, 산업생산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6월 독일의 IFO 기업환경지수를 보면 향후 경제 전망과 관련한 기대지표가 전월치를 크게 하회하며 부진했다. 유럽 가스 가격에 따라 유로화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결국 러시아발 가스 공급 불안이 연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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