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바이든도 못 말린 펠로시...대만 방문이 논란 되는 이유는?

입력 2022-08-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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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이자 82세 고령의 여성의원인 낸시 펠로시(82) 하원의장. 그의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2일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에 대만을 찾은 최고위급 미국 인사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무력 대응을 시사했고, 실제로 이날 밤부터 대만을 둘러싼 해상에서 실탄 사격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시작했다. 앞서 군사 전문가들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실제 무력 충돌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터여서 미·중 갈등이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는 국제사회 우려가 크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뭘까.

중국은 중국 대륙과 대만 섬, 홍콩, 마카오를 ‘하나의 중국’으로 본다. 중화인민공화국만이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이 이를 부정하고 독립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평화로운 통일”이 실패하면 무력으로 되찾을 것을 맹세하고 나섰다. 중국은 대만과 외국 정부 간 모든 공식 접촉을 주권 침해를 간주한다.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팽창을 막을 교두보이며, 경제적으로는 반도체 강국으로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미국은 1979년 대만과 단교해 공식 외교 관계가 없지만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대만의 안보 지원 장치를 마련해둔 상태다. 다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을 돕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미중 간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중국 본토에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기 위한 도발이자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 펠로시는 톈안먼 사태를 비롯해 티벳 등 반민주적 행동을 자행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대표적 인물인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3연임을 위해 힘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과도한 방역으로 쌓인 내부 불만과 경기 침체에 대한 비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이벤트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역시 중국의 위협을 이유로 펠로시가 대만 방문을 취소했다면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부진한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이 난처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백악관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국가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의 방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백악관은 이달 초 군 지도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금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조언하자, “펠로시의 여행 계획은 바이든이 간섭할 수 없는 개인적인 결정”이라고 분명히 했다.

관측통들은 그것이 기술적으로 사실일 수 있지만,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건 ‘핑계’라고 입을 모은다. 난징대학교 국제연구소 소장인 주펭은 “바이든은 펠로시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났다고 주장하면 그만이지만, 그러면 누가 미중 관계를 책임질 것이냐”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반문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가면 군사적 지원이 동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가운데) 미국 하원 의장이 조셉 우(왼쪽) 대만 외무장관의 환영을 받으며 공항을 나오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가운데) 미국 하원 의장이 조셉 우(왼쪽) 대만 외무장관의 환영을 받으며 공항을 나오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시진핑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5차 전화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은 중국의 영토라는 미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반면 시진핑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실제 무력 충돌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의 군사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도발과 도전에 대해 더 공격적이고 덜 관용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국방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이 펠로시 의장의 방문 계획을 대만 독립을 지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눈감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주 “필연적으로 중국과 미국 정부, 두 나라 군 사이의 유대에 극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이는 대만 해협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했다.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포함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여야가 초당적으로 같은 입장이다. 지난 4월 민주당 밥 메넨데즈와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과 치우궈청 국방장관을 비롯한 대만 고위 관리들을 만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최근 트위터를 통해 펠로시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1997년 대만을 방문한 깅그리치도 트위터에서 펠로시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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