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화에 집중하던 글로벌 반도체 업계, 이젠 대세는 ‘메가칩’

입력 2022-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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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소형화 한계에 부딪히자
칩 쌓아 올리는 메가칩 개발
현재는 메모리칩에 주로 사용
기술 개발에 탑재 기기 확대 기대감

▲애플이 개발한 M1칩. 맨 오른쪽이 M1울트라. 출처 애플
▲애플이 개발한 M1칩. 맨 오른쪽이 M1울트라. 출처 애플
소형 마이크로칩 개발에 집중하던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성능 향상을 위해 대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들은 반도체를 쌓아 올리는 적층 방식을 통해 메가칩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에 쓰인 칩이나 애플의 맥스튜디오에 들어간 M1울트라가 대표적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크로칩에서 메가칩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스프롤’에 묘사했다. 스프롤은 도시가 밖으로 뻗어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도시 행정 용어다. 마이크로칩이 하나의 도시였다면 메가칩은 성능을 확장하기 위해 도시를 위나 밖으로 확장해 가는 현상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스프롤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적층이다. 밀집된 도시에서 새로운 주택을 세우는 대신 기존 주택에 층을 올리는 것이다. 반도체로 보면 기존 마이크로칩에 메모리나 그래픽 등에 사용되는 전기회로를 쌓아 올려 복층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설계에 변화가 생긴 데는 업계가 칩의 성능을 계속 올리려는 욕구는 있지만, 동시에 트랜지스터를 축소하는 데 한계에 부딪힌 탓이다.

과거 IBM에서 패키징 개발 책임을 맡았던 수브라마니언 아이어 UCLA 교수는 “기존 마이크로칩은 면적의 약 3분의 1을 연산 결과를 전송하는 전자회로에 할애해야 했다”며 “하지만 칩을 쌓으면 통신 횟수를 늘릴 수 있어 통신이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고층 빌딩에서 층 사이를 엘리베이터로 오가는 게 건물 안을 걸어서 가는 것보다 빠른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방식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밀도가 높아진 전자회로에서 연산을 처리할 때 열이 더 많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커진 탓에 전력 사용량이 커지는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인텔의 폰테 베키오는 1회 연산에 대한 전력 효율은 뛰어나지만, 전체 소비전력은 600W로 헤어드라이어와 맞먹는 수준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메가칩이 아직 탑재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칩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나노 수준의 정밀도로 배치하고 연결한다는 점에서 메가칩 제조는 대단한 기술 성과로 평가된다. 사실 메모리칩 업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제조가 표준이 된 상태다.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얼마 전 232층짜리 메모리칩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메가칩이 지금은 전력 소비나 배터리 구동 시간보다 성능이 중시되는 기기에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업계의 큰 관심은 머지않아 더 많은 기기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WSJ는 “메가칩엔 많은 과제가 있지만, 현재 마이크로칩을 더 소형의 칩렛(기능별로 나눈 최소단위 칩)으로 분할해 쌓는 방식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 방식이 보급되면 칩을 다양한 형태로 조합해 더 성능 좋은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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