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후유증 ‘섬망’ 겪는 피해자 진술…대법 “그대로 믿기 어려워”

입력 2022-08-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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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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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수술 후유증으로 섬망증상을 보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 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폭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피해자 B 씨의 간병인인 A 씨는 B 씨의 가족이 면회를 왔음에도 자신을 위해 먹을 것을 사오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B 씨 팔과 다리를 꼬집고 비트는 등 폭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 날에는 이유 없이 손가락으로 피해자의 턱밑을 여러 차례 때리는 등 폭행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재판에서는 A 씨가 계속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범행이 증명됐는지, 특히 뇌수술 후유증인 ‘섬망’ 증상을 겪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섬망은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증후군으로 주의력 저하, 의식 수준·인지기능 저하 등과 환시, 과다행동 등이 나타난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검찰, 법정에서 각 진술하면서 범행일시에 다소 혼돈을 보인 점은 인정되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고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점 등에 비춰 신빙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1심은 피해자 B 씨가 수술 이후 의사소통이나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고 섬망 증상이 그다지 심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피해자는 당시 인지기능 등 저하를 동반한 어느 정도의 섬망증상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취침시간 의사의 처방에 따라 A 씨가 간호사와 함께 피해자의 팔목에 고정용 장갑을 착용시키는 과정을 오인 또는 착각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크고 폭행 경위나 내용 등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몸부림치는 피해자를 A 씨가 제지하던 상황을 섬망증상 등으로 인해 마치 A 씨가 피해자의 팔목 등을 고정용 장갑을 사용해 묶어놓은 후 폭행한 것으로 과장하거나 착각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멍 자국 등 특별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고, 폭행을 당했다는 턱부위를 포함한 얼굴 부분 등에도 외상이 없었던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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