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서 러시아 배제도 거부
바이든 중동 순방, 무기 수출 승인도 효과 없어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는 정례회의 끝에 9월 증산 규모를 하루 10만 배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7~8월 공급했던 하루 64만8000배럴의 20%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OPEC+는 성명에서 “회원국들은 석유 부문에 대한 만성적인 과소 투자가 증산 능력을 감소시켰다는 데 주목했다”며 “이번 회의에서 향후 몇 달간 생산량을 계속 늘릴 것인지에 대해선 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사우디 방문길을 마친 후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모든 걸 하고 있고 수 주 내에 더 많은 진전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날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총 52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하는 패트리엇 미사일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 무기 수출을 승인하며 화해 손짓도 했다.
양국이 그간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에 애를 먹었던 만큼 미국의 수출 승인은 군사력 증강의 기회로 평가받는다. AP통신은 무기 계약이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순방길에서 성사된 것이라고 보도해 이들이 원유 증산으로 화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였다.
하지만 돌아온 건 OPEC+의 외면이었다. OPEC+ 회원국들은 추가 증산할 여력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오안다증권의 에드워드 모야 애널리스트는 “OPEC+ 역사상 가장 작은 증산 규모”라며 “이는 전 세계가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원유 시장은 계속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이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OPEC+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를 받는 러시아를 회원국에서 배제하는 것도 거절했다. 이에 관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국영 로시야24TV에 출연해 “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탈퇴 후) 러시아산 공급 제한 등 고려해야 할 불확실성이 시장에 있다”며 “이로 인해 오늘 신중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자평했다.
OPEC+의 증산 규모 축소에도 국제유가는 미 원유 재고 증가 소식에 하락했다. 9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3.76달러(4%) 하락한 배럴당 90.66달러에 마감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길에 함께했던 아모스 호흐스타인 백악관 에너지 안보 선임 보좌관은 “OPEC+가 발표한 증산 규모가 적절한지 확인하기 위해 석유 시장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