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보고서 삭제' 의혹…검찰, '사초 폐기' 대법원 판례 검토

입력 2022-08-0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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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국기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국기게양대에 검찰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군 기밀ㆍ첩보 보고서 삭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사초(史草) 폐기’ 논란으로 번졌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안 삭제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검토하고 있다. 해당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선고된 만큼 기소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4일 검찰 관계자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첩보 보고서 삭제 의혹'에 관한 질문을 받고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지난주 대법원에서 대통령 기록물 관련한 유죄 판결을 참고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가 말한 대법원 판례는 10년 만에 매듭지은 일명 '사초 폐기'에 관한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 지난달 28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의 재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2008년 1월,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 수정ㆍ보완 지시를 받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안이 담긴 문서관리카드를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에서 삭제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회의록을 열람하려고 했지만 회의록을 찾는 데 실패했고, 새누리당은 '사초'에 해당하는 회의록 폐기나 은닉 가능성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이 노 전 대통령 지시로 삭제됐다고 결론 내렸다. 백 전 실장과 조 전 안보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2007년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이 제정된 뒤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다.

삭제된 회의록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삭제된 회의록이 대통령 결재를 위해 올려진 문서라는 점, 정상회담 당시 실제 사용된 호칭과 말투가 반영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 기록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2020년 대법원은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 카드는 노 전 대통령 결재를 거쳐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박 전 원장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기록 삭제'라는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에게 피격당한 사건에 관한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 서버에서 자료를 삭제해도 첩보생산처(국방부) 서버에 공무원 피살 당시 북한군 감청 특수정보(SI) 원본은 남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원본 존재와 관계없이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실제 삭제로 이어졌다면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관련 판결을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사실과 관련해 구체적인 법리를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 판결을 전체적으로 보면 어떨까 싶다. 수사팀이 필요한 판례나 법리는 다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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