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물가 상승세와 주요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가계 빚도 크게 늘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의 부진이 완화되며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됐으나, 고물가와 대외여건의 악화로 경기 하방요인이 고조되는 모습"이고 밝혔다. KDI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한 3월부터 6개월째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일시적인 물류차질 심화로 인해 제조업 출하가 크게 감소한 가운데, 높은 물가 상승세도 지속되면서 소매판매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출하(-4.5%)가 감소하고 재고(17.5%)가 크게 늘어 6월 제조업 재고율은(124.6%)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7.2%)가 큰 폭으로 감소하며 전월(0.7%) 증가에서 감소(-1.5%)로 전환했다.
KDI는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주요국의 경기가 둔화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요인이 확대되고 있다"며 "높은 물가상승세가 이어지며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7월 소비자심리지수가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향후 소비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가계 금융의 불균형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7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금융 불안정성, 장기균형선 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의 가계 금융 불균형 수준(78.5p)은 금융위기 수준(75.4p)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52.5p)와 비교하면 금융 불균형 수준이 더 심각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계신용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큰 폭으로 상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기업 금융 불균형 수준(71.9p)은 외환위기(89.5p)와 금융위기(76.3p)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기업 불균형 수준이 장기평균 수준(+21.9p)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신용시장의 불균형은 금융위기 수준을 상회하고 있으며,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과 글로벌 긴축 통화정책의 강도에 따라 주식·외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