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바상등이 커졌다. 고물가와 대외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 성장세마저 급격히 둔화하고 있어서다. 국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커져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낮췄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일평균 기준 증가세가 제약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월(5.2%)보다 높은 9.4%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14.8%)보다는 소폭 낮은 14.1%의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수출 증가율은 6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한 자릿수 증가율에 그치는 등 수출이 둔화세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품목별로는 물류 차질이 완화된 자동차(30.6%)와 변동성이 높은 선박(34.7%)을 제외하면 증가 폭(11.9%)이 전월보다 5.4%포인트(P) 축소됐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대상으로 한 일평균 수출액의 증가 폭은 1.6%로 전월(8.3%)보다 6.7%포인트(P) 줄었다. 대중 무역수지의 경우 5월(10억9000만 달러), 6월(12억1000만 달러)에 이어 7월에도 5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여 3개월째 적자를 이어갔다. 대중 무역수지가 석 달 연속 적자를 보인 것은 1992년 8~10월 이후 약 30년 만이다.
수입액은 원유·가스·석탄 등 주요 에너지원(74.1%)을 중심으로 전월(19.4%)보다 높은 21.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7월 무역수지는 전월(-25억8000만 달러)보다 확대된 46억7000만 달러의 적자였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25억1000만 달러)부터 4개월 연속으로 적자를 보였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9월 이후 약 14년 만이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도 악화돼 경기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됐고, 주요 지표도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2분기 미국경제는 수출 증가에도 가계 소비지출과 기업 및 주택 투자 등이 크게 위축돼 전 분기(-1.6%)에 이어 -0.9%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중국도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투자 위축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중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은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민간소비와 투자의 부진으로 전 분기(4.8%)보다 크게 낮아진 0.4%에 그쳤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통화긴축과 코로나19의 재확산도 지속되면서 주요국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KDI는 전망했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은 지난달 29일 '글로벌 경기둔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우리 수출은 글로벌 경기와의 동행성이 크다는 점에서 수출 둔화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경제 전망도 어두워졌다. KDI가 지난달 국내 경제전망 전문가 1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전망)의 중간값은 2.4%였다. 전망치는 국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지면서 지난 4월(2.6%) 대비 0.2%P 하향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