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칩4 동맹’ 강 건너 불구경 할 때인가?

입력 2022-08-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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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부국장 겸 산업부장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치킨게임’(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어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은 미·중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산업계에서는 지난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미 행정부가 3월 제안한 ‘칩(Chip)4 동맹’ 가입에 서둘러 달라는 한국에 보낸 경고장으로 보고 있다. 칩4 동맹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자 주요 생산국인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이 공동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과 대만은 이미 칩4 참여를 결정했지만, 한국은 중국 눈치에 아직 결정을 미루고 있다.

한국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국과의 협력 관계가 중요한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어 칩4 동맹에 가입하기엔 잃는 것이 많다. 중국을 배제하는 칩4 동맹 가입을 두고 양다리 전략을 펼치기도 힘들다.

미국 주도의 칩4 동맹은 한국을 배제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첨단반도체(10㎚(나노미터) 이하)의 90%를 현재 대만에서 생산하고 있고, 한국 생산량은 9% 정도다. 특히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공급 상위 네 곳 중 세 곳은 미국과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고 핵심기술은 미국이 가지고 있어 한국의 참여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의 칩4 동맹 참여 제안은 한국에 대한 요청이나 배려가 아니라 사실상 통보에 가깝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칩4 동맹은 한국 반도체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칩4 동맹 이후 중국 보복 등 시나리오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한다. 칩4 동맹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생산원가 상승이 불가피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점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치권과 윤석열 정부는 절대 병행할 수 없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양다리 외교’에 고심하는 모습은 자칫 미국과의 오해만 더 키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한 때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신의 한 수’라고 칭송(?)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의전서열 3위인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번 아시아 순방에 대만과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의장 서열 1위인 총리나 총통이 직접 면담을 했다. 한국만 윤 대통령이 휴가라는 이유로 전화통화만 한 데다 정부 측 주장대로 사전협의를 했더라도 공항에 의전 관계자가 전혀 없었던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육성을 제일 중요한 정책 기조로 삼고 있지만, 외교 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아마추어 모습과 해법 없는 미·중 양다리 외교로 오히려 반도체 산업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정부는 양다리 외교가 아니라 확실한 노선을 정하고 상대국 설득 작업에 나서야 한다. ‘한국이 왜 칩4 동맹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지’, ‘향후 중국과의 경제안보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현재 생산라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없는지’ 등에 대해 중국과의 적극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할 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피해를 보는 기업의 지원책과 과감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고심해야 한다. 자국 내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공급망을 강력하게 구축할 방법과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와 같은 모호한 중립 외교는 자칫 반도체 공급망이 미·일·대만 중심으로 개편된다면 한국의 반도체 강국의 위상은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라 직접 불을 꺼야 할 때임을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명심해야 한다.

이번 펠로시 하원의장 동아시아 순방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왜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오찬 때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업체인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전 회장과 류더인 회장과 함께했는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회담만이 아니라 아침 식사까지 함께했는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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