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강도 인사 쇄신 없이 국정 개혁 어렵다

입력 2022-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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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여론 수렴이나 충분한 검토 없이 불쑥 내놓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의 혼선,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 등 여론 악화에 따른 것이다. 5월 26일 후보자로 지명돼 지난달 4일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박 장관이 취임 한 달여 만에 물러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낙마한 국무위원이 됐다.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던 인사였다. 박 장관의 음주운전 전력과 논문표절 의혹 등이 불거졌고, 전문성이 떨어져 교육수장으로 부적합하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도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결국 설익은 만 5세 입학 정책과 외국어고 폐지 등의 발언이 겹쳐 큰 혼란이 빚어지면서 교체 여론이 비등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정부 초기 인적 쇄신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민심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취임 후 최저치인 20%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왔다. 취임 3개월도 안 됐는데 대선 득표율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부정평가가 압도적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집권여당의 심각한 내홍, 대통령의 빈번한 정제되지 않은 발언 등도 문제지만, 불통(不通)으로 비치는 인사의 난맥상과 경험·자질의 부족에 따른 정책 혼선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박 장관만의 문제도 아니다. 후보자 단계에서 김인철 교육,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했다. 윤 대통령은 능력중심 인사를 앞세웠음에도 좁은 인재풀에 기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흠결 인물을 발탁하고 고집한 탓이다. 지금까지도 복지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검찰총장 등이 공석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공백을 피할 수 없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는 현실에서는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이뤄지기 어렵다. 정부는 경제운용 방향의 전환과, 교육·연금·노동개혁 등에 집중하면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여론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 다급한 혁신 과제들마저 인사논란 등에 묻혀 동력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국회는 거대 야당이 다수 의석으로 버티면서 계속 개혁의 발목을 잡는다.

윤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은 8일 여름 휴가에서 복귀하면서 “국민 관점에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인적 쇄신이 급선무다. 취임 3개월 만의 인사 개편은 분명 비정상적이지만, 지금 심상치 않은 민심이반으로 국정 리더십의 최대 위기에 봉착한 국면이다. 심기일전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들을 바꾸고 재정비해 국정의 고삐를 다시 죄는 것이 급선무다. 대통령실이 국민의 신뢰부터 빨리 되찾지 않고는 갈수록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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