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등 떠밀린 ‘5G 중간요금제’…이통사·소비자 모두 원하지 않는다

입력 2022-08-10 08:44 수정 2022-08-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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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지로 5G 중간요금제 도입
‘디마케팅’ 정책에 출시소식 모르는 이용자도 많아
이용자들은 중간요금제가 ‘중간’이 아니라며 신중
정부 압박보단 이용자 만족 우선 요금제 출시해야

▲SK텔레콤이 지난 5일 5G 중간요금제 5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연합뉴스)
▲SK텔레콤이 지난 5일 5G 중간요금제 5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연합뉴스)

5G 서비스 상용화 3년 만에 ‘중간요금제’가 출시됐지만, 소비자를 밀어내는 일종의 ‘디마케팅(Demarketing)’ 논란이 일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5일부터 월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5만9000원 요금제 ‘베이직플러스’ 등 신규 요금제 5종을 출시한데 이어, KT와 LG유플러스도 차례로 유사한 요금제를 선보인다. 그러나 마케팅 현장에선 수익성 문제로 소비자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영업 전략이 눈에 띄면서 실효성에 대한 물음표가 붙고 있다. 무엇보다 이 요금제가 ‘중간’도 아닌데다가, 정부 압박에 의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다.

기존 5G 요금제는 데이터를 10GB 이하를 제공하거나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로 제공돼 왔다. 하지만 이같은 데이터 구간이 실제 이용자의 사용패턴과 다르다는 지적에 중간 데이터를 제공하고 가격도 낮추는 5G 중간요금제 도입됐다. 이에 사실상 5G 중간요금제는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내놨기보단 정부의 압박에 의해 내놓는 ‘정책 요금제’에 가깝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됐지만, 이통사들은 5G 중간요금제 가입 이벤트 등 마케팅에 나서지 않는 이른바 ‘디마케팅’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닷세전에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됐지만 별도의 이벤트나 홍보가 없었던 탓에 시장은 잠잠하다. 30대 직장인 A씨는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됐냐”고 반문하며 “신규 요금제가 출시될 때마다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알리더니 왜 이번에는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5G 중간요금제 마케팅에 소극적인 것은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5G 중간요금제의데이터 제공량은 이용자들의 평균 사용량으로 알려진 23~27GB 사이 수준으로 책정됐다. 현재 무제한요금제 이용자 중 절반가량은 데이터 27GB 이하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들이 5G 중간요금제로 변경할 경우 데이터 사용량은 그대로지만, 요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5G 중간요금제 마케팅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데이터당 요금 차이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SKT의 신규 요금제를 기준으로 베이직플러스의 경우 1GB당 2458원이 부과되지만 상위 요금제인 ‘5GX 레귤러(6만9000원·110GB)’의 경우 1GB 당 627원이 부과된다. 더 상위 요금제인 ‘5GX 레귤러플러스(7만9000원·250GB)’의 경우 316원으로 중간요금제가 적게는 4배, 많게는 7.7배까지 비싼 요금제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통사들이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만큼 마케팅활동이 없는 것도 이해가 간다는 입장이다. 자사의 정책이 아닌 타의적 압박에 출시한 만큼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보신고제 적용 대상인 SKT와는 달리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 절차만 거치면 신규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통사에선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원하지 않고 있다”며 “반강제적인 요금제 출시보다 이용자들이 실질적으로 만족할 수 있을만한 요금제를 검토하는 방향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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