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 ‘시장 자율 vs 중소기업 경쟁력’ 놓고 의견 팽팽

입력 2022-08-0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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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납품단가연동제의 시범운영과 법제화 토론회’
큰틀 합의…구체적인 방안 두고 의견 분분
중소기업계 “표준약정서 등 제도적 기반 마련 필요”
vs “오랜 기간 합의 필요…정부가 강제할 수 없어”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납품단가연동제의 시범운영과 법제화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납품단가연동제의 시범운영과 법제화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납품단가 연동제는 공정치 못한 결정들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최소한의 개입을 하게 하는 제도다. 자유 시장 경제를 뒤흔드는 게 아니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

“포스코는 지난 20년간 공급사와 오랜 협상을 통해 납품단가 연동 합의 아웃풋을 냈다.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므로 정부에서 강제할 수 없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 조은구 포스코 상무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이 가시화됐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방법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9일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와 대·중소기업·농어업 협력재단,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납품단가연동제의 시범운영과 법제화 토론회’에서도 팽팽한 논의가 이어졌다.

중소기업계는 제재 등 강한 구속력 있는 제도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국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원자재별 구체적인 연동 조건과 반영률, 표준 약정서 내용, 위반 시 제재 규정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주요 상생협력법 개정안도 이에 따라 내용이 상이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원자재별로 가격 상승분에 따른 연동 여부에 대해 이견이 크다”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대가 높고, 14년의 두드림에 대해 이제는 답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납품대금 조정협의제, 의미 없어…연동제 도입돼야”

이날 첫 번째로 발표를 맡은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실장은 “자율적인 납품단가 조정 협의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납품대금 조정협의 제도는 신청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고, 신청한 개별 중소기업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우려에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실장은 “원자재 변동에 따라 각 위험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을 계약조항으로 편입해 양 당사자의 예측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표준계약서, 표준약정서 등을 제공해, 관련 정보 및 데이터 제공 등 제도적 인프라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미국 노동통계청은 인덱스 기반 가격조정조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가격연동조항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호주 통계청은 계약에서의 가격 지수 사용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납품단가연동제를 통한 혁신 생태계의 구축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원자재가격 급등 상황에서 납품 가격 조정 규칙을 명확히 해 제도의 모호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으며, 그런 면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을 때만 연동제를 실시한다면 혁신 의욕 저하가 아니라 혁신 노력의 보호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상생협력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납품대금 연동제 상생협력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연동제 합의, 20년 논의 결과물…정부에서 강제할 수 없다” 의견 팽팽

세 번째 발표에 나선 조은구 포스코 상무는 “협력 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추구하겠다”면서도 시장 자율을 강조했다. 포스코는 2000년 경질유를 시작으로 2020년 현재 총 22개 품목을 대상으로 연동제를 운영 중이다.

조 상무는 포스코의 납품단가연동제 운영 현황을 발표하며 내화물, 스틸 밴드, 윤활유 등 원재료의 구체적인 납품 단가 연동 산식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20년간 공급사와 오랜 협상을 통해 내놓은 아웃풋”이라면서 “굉장히 예민한 부분이므로 정부에서 강제할 수 없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익 전경련 상무 역시 이어진 토론에서 “납품단가연동제는 시장경제의 핵심인 가격에 대한 규제로 담합을 조장하고, 시장경제의 근본 가치인 계약을 무효화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고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로서 법제화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이정희 교수를 좌장으로 이뤄진 종합 토론에서도 팽팽한 논의가 이어졌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큰 틀에서는 모두가 공감했으나, 중소기업계와 대기업간 의견차는 여전했다.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한편 중기부는 6개월간 시범 사업을 통해 제도 정착 방법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달 납품단가연동제를 위한 표준 약정서를 공개하고, 20~30개 사가 참여하는 시범 사업을 9월 1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라며 “6개월간의 시범 사업을 통해 시장 정착 방법을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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