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대신 기부" 유통가, ‘8·15 마케팅’ 꺾였다…왜?

입력 2022-08-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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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대대적인 광복절 마케팅 대신 조용한 기부로 선회
일본 맥주 상반기 수입 66% 증가로 '노재팬' 분위기 한풀 꺾여
"대선·지선 치르며 반일ㆍ반중 등 정치 피로도 높아진 탓" 분석

(사진제공=빙그레)
(사진제공=빙그레)

유통가 광복절 마케팅이 한풀 꺾였다. 1년 전만 해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너도나도 관련 굿즈를 내고 애국 마케팅에 나섰던 유통업체들이지만, 노재팬 분위기가 희석되면서 광복절 마케팅 열기도 예전만 못하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반일과 반중 등으로 나뉘어져 정치 피로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치와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지난해 광복절만 해도 기념 상품과 태극기 관련 굿즈 등를 내고 애국 마케팅을 벌였던 유통업체들이 올해는 관련 마케팅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나타나자 유통업계는 지난해까지 광복절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돌입한 바 있다.

2020년 독도의 모습을 형상화한 주먹밥, 샌드위치, 반숙훈제란 등 독도사랑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한 편의점 CU(씨유)는 지난해에는 독도 막걸리와 독도 도시락을 비롯해 독도 소주 815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해 대대적으로 마케팅에 나섰었다. 세븐일레븐도 ‘8.15마카롱’과 ‘ ‘김좌진장군 티셔츠’, 독립군 하얼빈의거 블록’ 판매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스타벅스는 ‘21 코리아 머그’와 ‘21 SS코리아 텀블러‘를 내놨다.

11번가는 지난해 강우규 의사가 폭탄을 투척했던 역사적 장소인 서울역 모양의 ‘에어팟 케이스’과 ‘조선어학회 노트&스티커’, ‘독립운동가 퍼즐’, 도시락폭탄 모양의 ‘광복 보냉백&여름담요’, ‘광복역사 티셔츠’ 등 독립 에디션 6종을 팔았고 티몬은 모나미 한정판 ‘153 ID 8.15 볼펜세트’ 와 역사체험학습 프로그램, 광복절 태극기만들기 DIY 세트 등 한정판 굿즈와 체험상품 등을 팔았다.

하지만 올해 광복절 굿즈는 자취를 감췄다. 각 업체들은 독립유공자 후원금 전달 등으로 조용히 광복절을 기리는 방향으로 선회하거나 관련 마케팅을 아예 없앴다.

CU는 윤봉길 의사 의거 90주년를 기념해 독립문화유산 보존 기금 1500만 원을 기부했고, 대상과 GS25는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을 위해 열리는 ‘815 런’을 후원했다. 빙그레는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600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광복절 이벤트나 관련 마케팅이 전혀 없다”면서 “회사 차원에서는 휴가철 연휴로만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세계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된 스타벅스는 올해도 광복절 기념 텀블러와 머그를 출시하고, 상품 수익금으로 독립문화유산 보호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감성커피는 웅진식품의 815콜라와 콜라보한 ‘815 체리콕’을 선보인다. 모나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53클립 8.15 광복절 기획세트’를 5000개 한정 판매한다.

▲단위:톤 (관세청)
▲단위:톤 (관세청)

유통업계의 광복절 마케팅이 뜸해진 이유로는 일본 제품 불매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실제 노재팬 운동의 직격탄을 입었던 일본 맥주 수입은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량은 641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54톤)에 비해 66.3% 늘었다. 편의점들은 5월부터 아사히, 기린이치방, 삿포로, 산토리 등 일본 맥주를 4캔 묶음 행사 품목에 포함시켰다.

유니클로도 2021년 회계연도(2020년 9월1일~2021년 8월31일) 매출이 5824억원으로 2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최근 명품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론칭하자 오픈런과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흥행했다.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각각 60%, 40%씩 지분을 보유한 무인양품 역시 반토막 났던 매출이 지난해 82% 증가한 1146억 원으로 회복했다.

유통가가 정치 이슈와 선긋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나온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반일에 이어 반중 이슈가 불거졌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반러 분위기까지 더해져 정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집중 호우 피해로 대규모 마케팅이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이유도 있다.

한 유통업쳬 관계자는 “광복절은 말 그대로 독립 유공자를 기리는 날인데, 특정 정치 노선을 탄다고 비춰질 바에야 조용히 지나가는게 낫다”라면서 “광복절을 휴가와 연휴 개념으로 접근하고, 말복과 한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 행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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