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사인 대만 TSMC에 비해 회사규모, 조세, 투자 인센티브, 인건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법인세, 인력수급 측면에서도 열악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세계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1위 TSMC를 추격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삼성전자와 TSMC 본사가 있는 국내, 대만의 조세정책과 인센티브, 인력수급 현황 등 경영환경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기준 TSMC는 매출액 175억2900만 달러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위(53.6%)를 차지했다. 이는 시장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16.3%)의 매출액 53억2800억 달러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인력규모도 TSMC 임직원수가 6만5152명이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임직원수 6만3902명 중 파운드리 사업부 소속은 약 2만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기업에 가장 큰 조세부담으로 작용하는 법인세의 경우 국내 법인세 최고세율(25%)이 대만(20%)보다 5%포인트(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는 내용의 세제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세제개편이 이뤄져도 삼성전자에 적용되는 법인세율이 TSMC보다 여전히 높다.
세액공제 측면에서 TSMC는 연구개발(R&D) 투자 15% 세액공제, 패키지 공정비용 40% 지원, 반도체 인력육성 보조금 등을 지원받았지만, 삼성전자는 R&D 투자 2% 및 시설투자 1%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아 그간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반도체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시행되면서 R&D 비용(2%→30∼40%) 및 시설투자(1% → 6%) 세액공제율이 인상돼 국내 투자 환경이 대만보다 유리해질 전망이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인건비와 인력수급 측면에서도 삼성전자가 TSMC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기준 삼성전자의 임직원 평균임금은 약 1억4400만 원으로 TSMC의 약 9500만 원에 비해 4900만 원이나 높게 나타났다.
인건비 부담이 적었고, 매년 반도체 인력 양성 규모는 대만(1만 명)에 비해 국내(1400명)가 한참 부족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달 19일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방안'을 발표해, 10년간 15만 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반도체 인력 부족 현상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당분간 삼성전자의 인력수급은 TSMC보다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은 대만(kWh당 134.2원)이 한국(110.5원)보다 비쌌지만, 수도 요금은 대만(t당 486원)이 한국(719원)보다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외 선진업체 수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와 연구개발·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인력양성 등 정책과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