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로 불거진 게임업계 ‘프로모션’(광고)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관행처럼 이어지는 프로모션 마케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자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관련 대책과 게임업체들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반복되는 논란에 넥슨은 오는 25일 신작 ‘히트2’ 출시를 앞두고 새로운 프로모션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는 지난 5일부터 리니지2M에 대한 트럭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 방송을 하는 유튜버에게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해 온 사실이 공개되면서 일반 유저들이 이번 사태에 반발하며 규탄 시위를 벌이고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뒷광고로 유저농락?” 등의 문구로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인 해명과 사과, 재발 방지 등도 요구하고 있다. 시위는 앞으로 한 달여간 이어질 전망이다.
프로모션은 국내 모바일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업계 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광고 마케팅 방식 중 하나다. 게임사가 일부 크리에이터와 1:1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크리에이터는 계약된 횟수만큼 이른바 ‘숙제 방송’을 해야 한다.
문제는 프로모션이 P2W(Pay to Win)게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확률형 아이템 ‘뽑기’와 연계된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는 방송에서 프로모션으로 받은 비용의 일부를 뽑기에 사용하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강한 캐릭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MMORPG는 이용자 간 경쟁이 주 콘텐츠여서 이는 경쟁심 유발로 이어진다.
트럭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A씨는 이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뒷광고 자체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프로모션을 를 준 게임사가 이에 대한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프로모션을 받은 크리에이터가 일반 유저를 비하하고 조롱하는데도 게임사는 이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며 “상대가 프로모션 계정이라는 걸 몰랐던 사람들은 경쟁심 때문에 과금을 하기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쟁심을 조장하면 그만큼 매출이 오르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프로모션 사실을 숨기고, 일반 이용자들에 대한 비하와 조롱도 묵인했다는 주장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 트럭 시위와 관련해 “현행 프로모션은 ‘음반 사재기’와 다를 게 없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에 대해 갖는 신뢰를 깎는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거론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프로모션을 받는 크리에이터들의 계정 정보를 게임 내에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일반 유저들의 최소한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박탈감과 불공정 경쟁을 줄이자는 취지다.
반복되는 프로모션 논란에 넥슨은 25일 출시하는 히트2에서 새로운 방식의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도입할 예정이다. 히트2는 기존 프로모션 마케팅을 크리에이터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대체했다. 후원 프로그램은 이용자의 게임 내 결제 일부분이 크리에이터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후원 방식이다.
이용자는 자신이 응원하는 크리에이터의 후원 코드를 자신의 계정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후원할 수 있다. 등록된 후원자 수에 따라 크리에이터의 등급이 올라가며 이에 비례해 혜택이 증가한다. 후원 코드 발급 및 등록은 게임 내 시스템이 아닌 프로그램 관련 웹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이용자가 원한다면 언제든 후원 크리에이터를 변경할 수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광고비를 지출하느냐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나누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며 “유저가 선택한 크리에이터에게 홍보를 맡긴다는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히트2의 성과에 따라 업계 관행처럼 여겨졌던 프로모션 방식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