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고 쫓기는 미·중...반도체 추격전 vs 기술 강국 굳히기

입력 2022-08-10 16:56 수정 2022-08-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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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도체법 서명...반도체 패권 경쟁 우위 확보 나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미국 투자 이어질 듯
중국은 꾸준히 과학기술에 자금 투입·인재 육성 등으로 맞대응
투자 규모 바짝 추격...연구자 수는 미국 제쳐

과학기술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기업들의 잇단 반도체 수요 둔화 경고에도 대규모 투자를 위한 첫발을 뗐다. 미국의 대중 경계에도 중국은 인력과 자금을 총동원해 기술 최강국 지위를 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및 과학 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달 미국 의회를 통과한 법은 이날 정식으로 발효됐다.

미국은 치열해진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따돌리고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한때 세계 1위 연구·개발 투자국이었지만, 현재는 9위에 그친다”며 “중국은 수십 년 전만 해도 8위였지만 지금은 2위다. 다른 나라도 근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여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향후 5년간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 총 2800억 달러(약 366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건립 지원 390억 달러, 연구 및 인력 개발 110억 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제조 20억 달러를 포함해 반도체 산업에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한다. 첨단 분야 연구 프로그램 지출도 크게 확대하고 과학 연구 증진 등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 혜택도 준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가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도체 법’이 발효되면서 주요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백악관은 반도체법 수혜 기업들의 신규 투자 규모가 44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미국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도 텍사스주에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인 TSMC는 설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향후 10년간의 투자 계획 일환으로 미국에 400억 달러 규모의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제조공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퀄컴은 지난 8일 글로벌파운드리와 42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체결하고 향후 5년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물량을 최대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다만 최근 수요 둔화로 업계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마이크론은 최근 들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앞서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 엔비디아 역시 게임 부문의 실적 감소를 이유로 2분기 매출액을 무려 17% 낮췄고, 인텔도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를 반영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날 하루에만 4.57% 떨어졌다. 연간으로는 27% 하락했다.

미국의 대중 경계 강화에도 중국은 과학기술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굳히며 미국에 맞서고 있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이 미국에 필적하는 과학기술 강국 실현을 위해 꾸준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문부과학성 연구소는 과학기술논문의 양과 질에 관한 3개 지표에서 중국이 3관왕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양적·질적 측면의 3가지 지표에서 3관왕을 달성한 국가는 이제까지 미국밖에 없었다.

닛케이는 정부 주도로 자금을 투자하고 인재 육성을 추진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59조 엔(약 573조 원)으로 미국(72조 엔)보다는 적지만 10년 새 2.5배 급증했다. 연구자 수는 중국이 228만 명으로 미국(159만 명)을 제쳤다. 이 같은 집중투자로 중국은 반도체, 우주, 태양전지 등 미중 갈등이 첨예화하는 분야는 물론 기초과학 기술 부문에서도 최근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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