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권 분리(이른바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법무부가 시행령 정비를 통해 사실상 무력화에 나섰다. 검찰 수사 범위 축소에 대한 일종의 대응책인데 법조계에서는 “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는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및 시행규칙(법무부령) 폐지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권이 유지되는 ‘부패‧경제범죄 등’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구체적인 범죄들을 재분류하는 것이 핵심이다. 검찰의 수사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범죄 등’에서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바뀌는데, 법무부는 ‘~등’의 빈틈을 파고 들어 부패‧경제범죄의 대상을 다시 규정한 것이다.
법무부는 공직자의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은 뇌물 등과 함께 현대 부패범죄의 전형적인 유형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선거범죄에 포함된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은 금권선거의 대표 유형이기 때문에 부패범죄라고 판단했다.
수사대상에서 제외되는 ‘방위산업 범죄’ 역시 ‘경제범죄’에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방위산업기술보호법은 방위산업이라는 경제분야에서 기술유출을 통해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로서 여타 산업기술‧영업기밀 침해 범죄와 마찬가지로 경제범죄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마약류 관련 범죄는 ‘마약류 유통 범죄는 경제 범죄’, 폭력 조직 범죄는 ‘민생 경제 침해’ 등의 이유로 경제 범죄 영역 안으로 끌어왔다.
이날 직접 브리핑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개정법 시행으로 발생하는 국가적 공백, 국민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시행령을 이처럼 판단한 법무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신장식 법무법인 민본 변호사는 “‘~등’에 삼라만상을 다 집어넣으려고 하는 꼼수이며 법을 자구대로 해석한 것”이라며 “개정 검찰청법의 취지를 무시하는 행동인데 정부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법무부가 수사 범위를 확대한다 할지라도 과거의 검찰로 돌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 출신 이동헌 변호사는 “이렇게 개정안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검찰청법이 우위에 있다. 이전만큼 되돌릴 수 없고, 축소된 수사범위에서 조금 더 늘리는 정도밖에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