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 작은 지자체 성주. 대구광역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지역 사람이 아니면서 지도에서 정확히 성주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이 알려진 지자체가 아니지만 성주는 참외로 유명하다. ‘성주 참외’라는 안내판을 붙이고 노란 참외를 가득 실은 1톤 트럭은 전국의 어느 국도에서도 낯익은 광경이다. 참외 하면 성주가 연상될 정도로 누가 뭐래도 성주의 특산품은 참외다.
전국에서 유통되는 참외의 75%는 성주에서 재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에서만 재배되고 있는 노란색 참외는 ‘코리안 멜론(Korean melon)’으로 불리기 때문에 성주 참외는 세계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성주 참외가 성주 경제의 중요한 축이라는 것은 굳이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며, 성주라는 지명이 낯설어도 성주 참외라는 브랜드
는 누구나 알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중요한 점을 짚어낼 수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 상황에서 농촌의 지자체는 관광자원과 특산품을 무기로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도시의 광고탑을 장식하는 지자체 홍보 영상은 그 절실함을 대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 사회·경제의 근간이 되는 지역농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인 지원정책과 성장전략이 국가 차원에서 추진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19년 7월 농촌진흥청 주도로 지역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이 시행됐다. 또 체계적이고 차별화된 특화작목 육성 지원을 위해 2021년부터 5년간에 걸친 ‘제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이 수립됐다. 이 계획에 따르면 도(道)별로 7~8개씩 총 69개 지역특화작목을 선정하고 국가와 지역의 집중적인 투자와 협력을 통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작목은 국가와 지역의 산학관연 연구개발(R&D) 협력을 통한 우수 품종·재배기술 보급 및 상품화 기술 개발로 앞으로 국가 브랜드 작목 및 수출 효자품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2년부터 시장개방 확대에 대응한 지역농업 R&D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거점 지역에 설치·운영되어 온 46개의 지역특화작목연구소는 품종 개발 등 기술적 대응 주체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 R&D 사업과 연계해 특화작목연구소를 중심으로 개발된 지역맞춤형 품종과 재배기술은 시군센터의 신품종 시범단지 조성, 현장 애로 기술 해결, 현장 컨설팅을 거쳐 지역에 보급되면서 지역농업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충남의 딸기는 대표적인 지역특화작목 육성 성공사례로 꼽을 수 있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개발·보급된 ‘설향’ 품종은 국내 육성 딸기 품종 국산화율을 2006년 17.9%에서 2021년 96.3%로 끌어 올리는데 일등 공신의 역할을 했다. 일본 품종이 지배하던 딸기 수출시장을 개척하면서 2005년 440만 달러에서 2021년 6470만 달러로 15배 가까운 성장을 주도했다. 국내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스마트팜 등 농산업 동반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역 브랜드 작목으로 성장한 지역특화작목은 지역경제 발전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경기도의 선인장은 수출시장을 주도하면서 2015년 378만 달러에서 2021년 489만 달러로 30% 가량 발전했다. 충남의 토마토는 가공 제품화를 통한 농가의 고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전북에서 개발된 12종의 중대과종 파프리카는 종자비를 30% 절감함으로써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전남의 참다래와 경북의 수출용 딸기는 우수 신품종 육성보급으로 수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경남에서는 특화작목으로 육성된 꽃 품종이 일본 등으로 수출되면서 2019년 로열티 37억 원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제 첫 삽을 뜬 지역특화작목 육성은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특화작목이 성공적인 결실로 농업 현장에 뿌리내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 및 농가소득 향상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