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 이어 15일 방송 출연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연이어 비판했다. 하지만 당에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대신 원외 인사들이 나서 이 대표의 언사를 지적하며 진화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당 차원의 대응을 자제해 후폭풍을 차단 하겠다는 의지로 읽히지만 이 대표의 발언이 일으키는 파장이 워낙 커 당분간 내홍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광복절인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나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을 가리켜 ‘XX’라는 욕설을 했다는 본인의 주장에 대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저를 때리기 위해 들어오는 약간 지령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 사람들이 그걸 듣고 나서 ‘대통령이 이준석을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그러니까 재 때려도 되겠다’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00년 만에 나올 만한 당 대표’ 그리고 ‘XX’ 조합하면 ‘100년 만에 나올 만한 XX’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봤으면’이라고 한 것에 대해선 “수준 낮은 얘기”라며 “예를 들어 학교에서 왕따 피해자가 있을 때 가장 안 좋은 게 왕따 당하는데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양두구육’ 발언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선 “그 기자회견에서 결국 건질 내용이 개고기밖에 없었나”라며 “동의하는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겠지만 윤 대통령을 개고기랑 치환해서 생각할 사람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성적표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한 25”라며 “지난주 갤럽 수치”라고 밝혔다.이어 “25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호남에서의 9 그리고 젊은 세대에서, 30~40대에서 13, 11 뭐 이런 숫자”라며 “60대도 돌아서고 70대에서 40 나와서 버티는 게 뭔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국민의힘은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광복절 관련 메시지를 내며 여론을 가라앉히는데 집중했다. 대신 원외 중진들이 발언에 나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더 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폭탄을 던졌다”고 가세했다.
홍 시장은 이날 SNS에 글을 올려 “아직도 1년 전 (이준석 신드롬) 상황으로 착각하고 막말을 쏟아 내면서 떼를 쓰는 모습은 보기에 참 딱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1년 전 전당대회 때 당원과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무언가 바꿔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준석 신드롬을 만들어 냈지만, 정권교체가 된 지금은 모두가 합심해 윤 정권이 안정되고 잘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게 민심과 당심”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일부 발언에 대해 망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며 “본인으로서 억울한 점도 있고 화도 날 것이지만 정치인은 해야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는데 전체적인 기자회견은 지나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권 내부의 갈등, 당과 대통령실 또는 정부에 리스크가 좀 있는 것을 하나씩 걷어내고 있는 와중에 이 대표의 폭탄이 떨어져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