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런 방랑활동이 사람들에게 불리한 점도 있다. 누군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의 편향에 빠질 경우, 과거의 상처를 되새기고 자신이나 타인을 비난하며 근심 걱정에 빠지는 경우가 그렇다. 이때 뇌는 과도하게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고 지쳐 버리게 된다. 하지만 뇌가 방랑활동 상태에 있더라도, 다시 타인을 만나서 대화를 하거나 업무에 집중하게 되면 차분하게 다시 외부의 세상에 관심을 돌리는 ‘활동모드’로 자동전환되는 기능이 작동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울증이나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은 평상시 쉬는 시간 동안 뇌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서, 이러한 자동 전환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마치 중독물질에 대한 갈망을 뿌리치지 못하듯이 방랑활동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공원 산책이나 명상의 단기 신경학적 효과가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 즉 약물치료, 경두개 자기 자극술과 같은 치료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사람들이 자연환경에 빠져들면 뇌는 ‘가벼운 황홀감’ 상태에 들어간다. 이런 상태에서 현재에 대한 의식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언어와 기억에 빠져버린 뇌의 방랑활동이 줄어드는 반면, 외부로부터의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또한 감각에 즐거운 자극을 쏟아부어서 주의력을 밖으로 돌리고 내면으로의 언어 연쇄를 중단시킨다. 그 결과 불안과 우울증, 끝없는 생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주변의 멋진 세상을 바라보고 감상할 여유와 안도감을 줄 수 있으니, 그 어떤 치료보다 효과적이라 할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해왔던 산책을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새삼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