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요란떨더니 “대중 기술 수출 허용”...중국, 조용하더니 “대미 수출 우회로 확보”

입력 2022-08-1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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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50억 달러 규모 대중 수출 가운데 0.5%, 기술 관련 품목
이 중 94%에 해당하는 2652건의 대중 기술 수출 신청 승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잔디밭에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기 전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잔디밭에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기 전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기술 수출을 대부분 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각종 분야에서 중국 견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행보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안 그래도 무딘 미국의 압박을 낮추기 위해 머리를 쓰고 있다. 대중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멕시코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 데이터 분석 결과 2020년 1250억 달러(약 163조 6625억 원) 규모의 대중 수출 가운데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기술 관련 품목 비중은 0.5% 미만이었다. 상무부는 이 중 94%에 해당하는 2652건의 대중 기술 수출 요청을 승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 해였던 2021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대중 기술 수출 요청에 대한 상무부 승인율은 88%에 달했다.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2년 새 데이터 집계 방식이 달라져 단순 비교는 힘들다고 WSJ은 설명했다.

수출 품목에는 반도체, 항공우주 부품,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이 포함됐다. 중국의 미국 반도체 장비 수입은 2017년 26억 달러에서 2021년 69억 달러어치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WSJ은 중국의 군사 기술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도 수출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 기술 수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상무부가 국가안보보다 무역 이해관계를 더 우선순위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심각한 정책적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중 기술 수출에 엄격한 제한을 할 경우 독일·일본·한국 등 동맹국들이 그 공백을 메우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동맹국만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중 견제에 실패한 사이 중국은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對) 멕시코 직접투자액은 6억63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6% 급증했다. 1999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사상 최고치로 한국(6억8470만 달러)에 이어 9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20개의 중국 기업이 멕시코 진출을 결정했고 이 중 10개사의 공장은 가동이 시작된 상태다. 특히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는 지난해 총 18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대중 관세 회피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7월 중국산 수입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 피터슨국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관세는 평균 19.3%로, 미중 무역마찰이 시작되기 전의 5배가 넘는다. 그러나 멕시코로 생산 거점을 옮겨 미국으로 수출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0년 발효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르면 멕시코에 거점을 둔 기업은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서 바이든 정부의 대중 관세 인하도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중국의 멕시코 투자가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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