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기업 쪼개기'…코리아 디스카운트 가속화한다

입력 2022-08-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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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또다시 기업 분할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분할 가능성만 제기돼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뒤 재상장)의 후유증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사업 분할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전날 모듈과 부품 제조 영역을 전담하는 2개의 통합계열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16일 자회사 신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구조 재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답변한 지 이틀 만이다.

생산 전문 자회사를 신설한다는 소식에 현대모비스 주가는 16일부터 전날까지 3거래일간 -6.98% 급락하며 내리막을 걸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업구조 재편이 생산 안정화를 위한 조치 중 하나지만, 투자자들의 오해로 주가 하락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알짜 사업부를 떼어낸 뒤 상장하는 ‘쪼개기 상장’의 후유증 때문이다. 분할설 자체가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입장문을 통해 ‘계열사 지분 100% 소유’를 강조하고, 자회사 상장에 선을 그으면서 이날 주가는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도 생산 자회사를 보유하는 게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물적분할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다. 물적분할은 존속법인(모회사)가 떨어져 나간 신설법인(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형태로, 모회사 주주들은 자회사 주식을 배분받지 못한다. 또 자회사가 상장하면 이중 할인(더블 디스카운팅)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자회사를 상장한 경우 대부분의 모회사 주가가 하락했고,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분할),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DB하이텍도 반도체 설계(팹리스) 부문을 물적분할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연초 8만4900원(1월 20일)까지 올랐던 주가는 4만 원까지 떨어져 반 토막 났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평균 적정주가와의 괴리율도 108.93%까지 벌어졌다. 이에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분을 5%까지 확보해 의결권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분할을 결정한 기업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초 철강사업회사(포스코)를 물적분할하고 지주사로 전환했다. 당시 포스코홀딩스는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비상장 유지 방침을 정관에 담았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주주 보호를 위해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주주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물적분할 뒤 동시상장하려면 자회사의 주식 50%를 모회사 주주에게 현물 배분해야 하고, 구주매출 비중도 높여야 한다”며 “주식매수청구권도 시가가 아닌 공정가액으로 도입해 주주들이 기업의 적정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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