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공매도 첨단 금융기법인가? 합법적인 금융투기인가?

입력 2022-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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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공매도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인한 주식시장 폭락으로 전면 금지됐다. 이후 정부의 공매도 금지조치는 14개월이 지난 2021년 5월 3일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제한적인 방식으로 재개되어 운영되고 있다.

공매도 재개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의 선결 조건 중 하나로 공매도 제도를 허용한 것이다.

공매도를 재개한 당일 국내 코스피 지수는 3127.2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961.81포인트였다. 그러나 공매도 제도의 재도입 후 15개월여가 지난 19일 마감된 코스피 지수는 2492.69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814.17포인트. 코스피 지수는 공매도 제도 재개 후 634.51포인트가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147.64포인트가 하락해 공매도 재개 후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모두 하락한 상황이다.

공매도는 주식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 해당 종목의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주식을 되사서 매매 차익을 내는 주식 투자방식으로 첨단 금융기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공매도는 보유하지 아니한 주식을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와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로 분류하며 국내 '자본시장법'(180조)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으며 공매도 전에 해당 주식을 차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공매도는 향후 해당 기업의 업황, 매출, 영업이익 감소 등의 사업 불황이 예상되는 회사의 주식을 빌려서(차입) 팔고 나서 실제 주가가 하락한 후 해당 종목의 주식을 사서 갚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공매도가 일반적인 정의와는 다르게 운용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업황이나 매출, 영업이익 등의 감소 없이 오히려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과 같은 우량기업이 공매도의 표적이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2021년 5월 3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8만1700원이었는데 지난 19일 삼성전자는 6만900원이었다. 과연 공매도가 업황, 매출, 영업이익 감소 등 불황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여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막대한 금융자본으로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주가를 일방적으로 하락시키려는 금융투기 세력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금융자본을 가진 공매도 세력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지난 6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0년~2022년 4월까지 최근 12년간 불법 공매도로 인해 과태료나 주의 조치를 받은 위반자 총 127명(총과태료 115억 원) 중 외국인이 119명(과태료 103억 원)으로 93.7%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2월 ~ 2020년 5월까지 3년여간 삼성전자 등 938개 종목 1억4089만 주를 공매도하면서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공매도 호가 표시 위반으로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1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 밖에도 메리츠증권(1억9500만 원), 신한금융투자(7200만 원), KB증권(1200만 원) 등이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통령이 공매도 제도 개선을 지시하고 금융당국, 검찰, 거래소 등이 공매도 제도 개선 및 공매도 감시강화, 불법 공매도 엄벌 등을 고민하는 가운데 자본력이 없는 개인을 제외한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공매도 적발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매도 제도 개선의 핵심이 금융당국이 고민하는 것처럼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로 적발되었을 때 지금처럼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한 공매도 시장 전반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제한적인 방식에서 증시에 상장한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전면 재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더더욱 불법 공매도를 포함한 공매도 제도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는 필연적일 것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내 처벌은 과태료나 주의 처분에 그쳐 외국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그 강도가 낮다고 한다. 미국은 고의적인 불법 공매도에 대해 최대 징역 20년, 영국은 무제한 벌금 부과, 프랑스는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려면 징역 등 형벌 부과와 영업정지까지 가능한 고강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게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즉,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기관이나 외국인에 대하여 현행보다 강한 면허취소 등의 영업정지나 불법 공매도로 획득한 부당이득에 대한 5~10배의 징벌적 과징금제도를 도입하여 다시는 불법적 공매도를 못 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외국인이나 기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불법 공매도 피해 종목과 명단 등에 대한 정보 공시 제도 역시 도입이 필요하다.

공매도 제도는 필요악이라고 한다. 이상과열로 오르는 종목에 대한 견제 장치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반대로 막대한 금융자본을 앞세워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성장하는 건전한 기업의 주가를 발목 잡는 일도 있다고 한다.

공매도 제도가 건전한 첨단 금융기법으로 자리 잡고, 막대한 금융자본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가가 금융투기가 아닌 합법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당국과 입법기관은 불법적인 공매도 제도에 신음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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