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세계 공급망 석학 “연준 긴축, 경기침체 유발해도 공급망에 도움”

입력 2022-08-22 14:00 수정 2022-08-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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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 셰피 MIT 교수 본지 인터뷰
“문제는 과잉 수요, 연준 긴축 도움 될 것”
과잉수요·공급 오가는 ‘채찍효과’ 경고
“기업들, 더 많은 데이터 통해 준비해야”

▲요시 셰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사진 제공=요시 셰피
▲요시 셰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사진 제공=요시 셰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세계 공급망 문제가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재확산, 경기침체와 선진국 긴축 등이 뒤섞인 현 상황에서 공급망 문제가 언제 해결될지 알기란 어렵다. 22일 본지는 공급망 미래에 관해 세계적인 공급망 석학인 요시 셰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겸 MIT 교통물류센터 센터장과 서면으로 대화를 나눴다.

셰피 교수는 현 공급망 문제가 당장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진 않았다. 그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시장에 돈이 넘쳐나게 하면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에선 경제학이 아닌 정치적 이유로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팬데믹 기간 경제 재건에 수조 달러를 쏟아부었다”며 “하지만 정확한 목표 없이 진행된 정부 지원은 결국 소비를 크게 부추겼고 여러 상품 수요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셰피 교수는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만큼 시장이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어쩌면 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겠지만, 이는 수요를 낮추고 시장을 균형에 가깝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연준의 과도한 긴축이 공급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관해 셰피 교수는 “현 문제는 과잉 수요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연준 정책과 시장 냉각은 지금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 등을 통해 공급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법안이 지나치게 미국 업계만을 위한 조치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셰피 교수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대부분 선진국은 자체적으로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며 “이들 정부의 모든 조치는 지금의 반도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가까운 미래 전 세계는 너무 많은 반도체를 갖게 될 것이고 팹(실리콘웨이퍼 제조 공장)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잉 공급 가능성을 지적한 것인데, 셰피 교수는 과잉 수요와 과잉 공급을 오가는 이러한 현상을 채찍효과로 설명했다. 채찍효과란 하류에 있던 수요의 변동성이 상류 공급망으로 올라갈수록 확대되거나 축소돼 공급망 전체를 위협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거시경제 데이터는 이러한 채찍 효과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지난해 말 같이 공급망 병목현상이 크고 여유가 없는 경우 소비자 수요의 작은 변화에도 제조업 활동엔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물론 당장은 과잉 수요로 인한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 셰피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몇몇 선두 기업들이 그들의 물류 공급사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자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모습 자체가 병목현상을 해결하진 못하겠지만, 삼성이나 제너럴모터스(GM) 같은 기업들이 더 좋은 계획을 세우고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셰피 교수는 “바이러스와 소비자 행동의 예측 불가능성은 ‘모든 예측은 틀린다’는 법칙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며 “미리 준비하는 기업만이 다음에 올 전염병 대유행과 인플레이션 폭발, 정부 정책 불확실성, 경기침체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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