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중국 덮친 가뭄...글로벌 공급망 추가 악화

입력 2022-08-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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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1200년 만의 최악 가뭄·유럽은 500년래
지구 온난화, 라니냐 심각성 증폭시켜
미국 목화 40% 이상 손실...유럽 올리브 수확 3분의 1까지 감소
폭스콘, 폭스바겐, 도요타 등 중국 현지 공장 생산 차질

▲프랑스 알프스의 세레 폰콘 호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비네스르락/AFP연합뉴스
▲프랑스 알프스의 세레 폰콘 호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비네스르락/AFP연합뉴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유럽·중국이 극심한 가뭄에 몸서리치고 있다. 이상기후 피해가 농업·제조·관광 분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공급망도 또다시 타격을 입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무섭게 뛴 물가가 추가 상승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구 북반구가 바싹 말라가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소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미국 서부를 강타한 가뭄이 1200년 만에 최악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위원회 공동연구센터는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이탈리아가 500년래 최악의 가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중국 기상청 역시 1961년 이후 최장 폭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상학자들은 올해 가뭄이 라니냐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라니냐가 10~15km 상공에서 부는 강한 바람인 제트기류를 북쪽으로 밀어 올리면서 미국, 유럽, 아시아 일부 지역에 강수량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의 아이슬라 심손 기상학자는 “특히 지구 온난화가 라니냐의 심각성을 증폭시켰다”며 “따뜻한 대기가 육지의 수분을 더 많이 흡수하면서 가뭄 위험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양쯔강이 최악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충칭/EPA연합뉴스
▲중국 양쯔강이 최악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충칭/EPA연합뉴스

극심한 이상기후는 산업 전반에 걸쳐 후폭풍을 몰고 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최대 농업 지역인 센트럴밸리는 전체 60만 헥타르 농지 가운데 약 30%가 물 부족으로 경작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목화 작물의 40% 이상이 손실을 보고, 유럽의 올리브 수확은 3분의 1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에서는 교역로로 사용되는 독일 라인강과 이탈리아 포강 수위가 역대 최저치로 낮아지면서 제조업체들은 선적량을 줄이고 있다. 전력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이 말라붙은 탓에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체 수단이었던 수력 발전소 전력 생산이 감소했다. 프랑스는 원자로를 식히는 데 사용하는 강물 온도가 너무 뜨거워져 일부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큰 중국 쓰촨성은 양쯔강 수위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장 가동 중단 명령을 25일까지 연장했다. 그 여파로 애플 위탁생산업체 폭스콘,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를 비롯해 리튬염, 비료, 태양광 장비 제조업체들이 현지 공장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대 커피 수출국인 브라질은 가뭄과 서리 영향으로 올해 커피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브라질 아라비카 커피 수확량이 2년 전 최고치인 4870만 백(1백=60kg)에 훨씬 못 미치는 3570만 백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커피 작황이 안 좋을 것이라는 우려에 지난해부터 이미 크게 뛴 커피 선물 가격이 추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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