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이라 이렇게 비가 많이 온다거나 매서운 추위가 온다거나 하면 대비를 꼭 해놓고 퇴근한다. 그건 큰비나 한파 때문에 몇 번을 고생했기 때문이다. 어느 해인가 며칠째 이어진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로 동파이프가 동파됐던 적이 있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발목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고 모든 전원이 나가 있었다. 당연히 진료는 고사하고 물을 퍼담고 동파된 파이프를 찾기 위해 의심되는 바닥을 부수고 난리가 아니었다. 불 꺼지고 물이 차오른 병원을 보고 환자들은 말없이 되돌아가셨다. 한참 물을 쓸어 담고 있는데 대기실 저쪽 소파에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다. “어머니, 오늘은 진료를 못 하겠어요.” 그런데 어두워서 못 봤는데 자세히 보니 쓰레받기로 물을 담아 대야에 담고 계셨다. 병원 단골인 분이셨는데 진료를 보러 오셨다가 병원 사정을 보고 그냥 가시기 뭐해서 좀 돕다가 가겠다고 하셨다. 무릎도 안 좋으시니 안 그러셔도 된다고 감사하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한참을 돕다가 가셨다. 너무 힘든 하루였지만 마음 한편 도와주신 분들 때문에 뭉클한 날이기도 했다.
이번 폭우로 우리 건물 지하도 침수됐다. 지하 노래방 사장님도 가구며 집기들을 다 내놓고 망연자실하셨다. 진료를 마치고 아래 지하에 내려가 보았다. 물은 다 빠졌지만, 진흙이 바닥과 벽에 그대로였고 앞으로 어떻게 복구하나 깜깜했다. 도와드리지도 못하고 죄송하다고 하며 힘내시라고 마음을 담은 봉투를 전해드렸다. 어서 복구되어 일상을 되찾으시길 기원해 본다.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