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로 인명피해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등록말소 수준의 강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3일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인재로 인한 수많은 인명사고의 책임을 져야 할 건설사에 가벼운 처벌을 내리면 안전사고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올해 초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행법상 가장 강력한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시민의 눈높이에 상응하는 행정처분이 내려질 것을 촉구한다”며 “향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는 비난과 비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건전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이 이윤창출에만 몰두하고 사회적 책무는 다하지 않는 관행 때문에 안전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순관 전국건설기업노조 위원장은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지 9개월도 되지 않아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며 “기업의 철학이나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 관행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대형 참사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현산은 지난해 기준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사내 비정규직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1인당 매출은 약 21억 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경실련은 “인건비와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현장이 채워졌다”며 “부족한 인력으로 현장관리를 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붕괴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행정처분은 실효성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질적으로 현산이 받은 처벌은 과징금 4억여 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현산에 영업정지 1년 4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부실시공 혐의에 따른 영업정지 8개월은 법원의 효력정지 인용으로 인해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예됐다.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으로 받은 영업정지 8개월은 과징금으로 대체됐다.
전국건설기업노조는 “광주 학동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이 받는 제재는 고작 과징금 4억 원뿐”이라며 “화정동 아파트 사고에 대해서는 등록말소 처분 등의 강력한 행정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등록말소가 아닌 영업정지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면, 어떤 기업도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