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초강세에 美 기업도 신음…서학개미는 희비 교차

입력 2022-08-23 15:39 수정 2022-08-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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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메리츠증권)
(출처=메리츠증권)

‘강(强)달러’ 흐름이 이어지면서 미국 증시에서도 희비가 갈리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기업들은 달러 강세가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는 빅테크 기업이 대표적이다. 반면 높은 환율로 환차익을 보는 서학개미들은 남몰래 웃음 짓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3여 년 만에 1340원을 돌파한 뒤 고공 행진 중이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는 전 거래일보다 5.7원 오른 1345.5원에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108선을 넘어섰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대체적으로 달러 강세를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내수(미국 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이익을 벌어들이는 기업들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통화 가치 대비 달러가 비싸질수록 해외에서 번 돈을 달러화로 환산할 때 이익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23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자국(미국)보다 해외의 매출 비중이 큰 기업으로 구성된 ‘S&P500 해외 매출 익스포저 지수(S&P Foreign Revenue Exposure Index)’는 연초 대비 -16.61%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의 수익률(-13.73%)을 밑도는 수준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강달러는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에 유리하고,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에 불리하다”며 “지난주 내수 비중이 높은 유틸리티 업종의 강세가 두드러진 반면 IT(정보기술), 커뮤니케이션, 일반소비재 업종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서학개미가 많이 투자하는 빅테크 기업도 강달러에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서학개미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순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실적 부진의 이유로 ‘달러 강세’를 꼽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약 50%를 차지해 현지 통화를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평가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도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알파벳의 해외 매출 비중 역시 55%에 달한다.

강달러 환경이 지속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는 추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미국 S&P기업의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커뮤니케이션, 테크 업종이 각각 -6.9%, -3.8% 낮아졌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은 유틸리티와 부동산, 금융 업종 등은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거나 소폭 하향하는 데 그쳤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 중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 대부분이 달러 강세로 인한 환 손실을 언급했다”며 “달러 강세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달러 환산 이익이 감소한 영향이기도 하고, 경기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환차익의 수혜를 보는 서학개미는 남몰래 웃음 짓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손실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1월 3일 테슬라를 종가 기준(1199.78달러)으로 1주 구매한 서학개미는 전날(869.74달러)까지 약 27.5%의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러나 환율 변동을 적용하면 실제 손실률은 18.4%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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