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후] 현대차에서 돈 뜯고 뒤통수 때린 바이든

입력 2022-08-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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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ill not let you down(우리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올해 5월. 국빈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1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감사함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뚜렷한 어조로 “우리는 절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요. 그뿐인가요. 발언과 동시에 바로 옆자리에 서 있던 정 회장을 향해 흐뭇한 미소까지 지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오늘. 바이든의 발언은 허풍이 됐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추진 중인 전기차 구매 보조금 대상에서 한국산 전기차를 제외한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그가 서명한 것이지요. 물론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경제 정책에 한국산 전기차가 희생양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그리고 현대차는 철저하게 배제된 것은 분명합니다.

힘과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통상 구조에서 우리는 언제나 약자였습니다. 정책이라는 칼을 틀어쥔 미국과 중국 정부가 ‘자국산’과 ‘자국산 핵심부품’을 들먹이며 우리 기업을 압박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등장한 ‘자국 산업 보호’는 새로운 표준, 이른바 ‘뉴 노멀’이 된 것이지요.

전 세계에서 한 해 9000만 대의 신차가 팔립니다. 이 가운데 중국시장이 3000만 대에 육박하고, 미국 역시 2000만 대를 바라봅니다. 한국 차는 이 시장에서 언제나 약자였습니다. 우리 자동차 시장은 고작 180만 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을 상대로 우리 시장을 무기로 내세울 수 없다는 뜻입니다. 180만 대 수준의 한국자동차 시장을 지키기 위해 2000만 대, 또는 3000만 대에 육박하는 거대 차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국산 소비재’를 강조하는 미국과 중국에 우리는 변변한 항의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같은 기준에 따라 구매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그뿐인가요. 1억 원에 육박하는 고급 수입 전기차의 구매 보조금은 서민의 세금으로 지급합니다. 1톤 디젤 트럭 운전자가 주기적으로 내는 ‘환경개선분담금’ 가운데 일부는 1억 원에 육박하는 전기차 ‘테슬라’의 구매 보조금으로 쓰이고 있거든요. 글로벌 주요 국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다양한 친환경차 세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지요.

이유도 언제나 뻔합니다. 자칫 통상 보복이 불거질까 우려한다는 것인데요. 이미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은 새로운 국제 정세의 흐름이 돼 있습니다. 더는 이상하거나 무리한 정책이 아닌, 새로운 기준 이른바 ‘뉴 노멀’인 것이지요. 혹여나 수입 전기차에 구매 보조금을 차등해 지급하겠다는 정책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딴지’를 건다면 우리에게도 그들을 설득할 만한, 당위성이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행정부가 우리 기업에 돈을 뜯고 뒤통수를 쳤는데도 우리 정부는 이미 힘을 잃은 지 오래된 WTO나 들먹이며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합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투자금과 세금을 뜯기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어깨를 움츠려가며 ‘통상 보복’을 말합니다. 무엇도 모르는 장관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과 실장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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