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6개월] 보이지 않는 종전, 흔들리는 세계

입력 2022-08-23 17:25 수정 2022-08-2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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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확인 민간인 사상자 1만3000명 넘어
수도 점령 실패 러시아군, 동부 돈바스에 총공세
양국 휴전 의지 약해 전쟁 수년간 계속될 수도

▲우크라이나 빈니차에서 7월 17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4세 소녀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가운데 가족과 친지들이 통곡하고 있다. 빈니차/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빈니차에서 7월 17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4세 소녀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가운데 가족과 친지들이 통곡하고 있다. 빈니차/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4일 자로 6개월이 흘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 달리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양측 사상자 규모와 물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비화하면서 세계 경제도 후퇴했다. 승자 없는 전쟁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사회에 드리운 절망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반년 동안 계속된 전쟁은 엄청난 희생을 남겼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부터 지난 14일까지 민간인 사망자 수는 5500명에 달한다. 부상자까지 합친 민간인 사상자 수는 1만3000명을 넘어선다. 유엔이 확인한 사상자 수로, 실제 사망자 수는 1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범국’인 러시아의 피해도 적지 않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8일 러시아군 사상자 수가 7~8만 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우크라이나군 피해는 정확히 보고되지 않았지만 사망한 군인만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군사작전’ 명령에 따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에 나섰다. 침공 첫날, 북부 체르노빌 원전을 장악한 후 키이우 포위를 시도했다. 그러나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고 결사항전을 벌인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수도 점령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개전 약 한 달 뒤인 4월 초,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에 나서 키이우 주변 지역을 탈환했다. 러시아군이 퇴각한 부차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수백 구가 발견돼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의 한 다리 밑에서 3월 5일 피란민들이 강을 건너려 하고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의 한 다리 밑에서 3월 5일 피란민들이 강을 건너려 하고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수도 점령에 실패한 러시아군은 동부로 눈을 돌렸다. 남부 항구도시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점차 마리우폴 전역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 약 1500명이 머물고 있던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포위했다. 러시아의 공격에도 끝까지 항전하던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82일 만에 투항했다. 이들은 러시아군 통제 지역으로 이송돼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달 의문의 폭발로 모두 사망했다.

러시아는 돈바스에도 총공세를 퍼부었다. 친러 반군이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 이어 남부 헤르손 병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역공에 나섰다. 이달 초 러시아가 2014년 일방적으로 병합을 선언한 크림반도에서 잇달아 폭발사건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벌인 일이라고 공식 발표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크림반도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자포리자 원전 포격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안전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미영프독 정상은 자포리자 원전 안전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3월 21일 한 주민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한 쇼핑몰 앞을 지나가고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3월 21일 한 주민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한 쇼핑몰 앞을 지나가고 있다. 키이우/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과의 갈등도 커졌다. 주요 7개국(G7)은 대규모 대러 제재에 착수했다.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키는 금융 핵폭탄을 날렸고 푸틴을 포함한 측근 제재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독일은 무기수출 규정까지 개정해 우크라이나에 자주포 100대 수출을 허용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규모만 81억 달러에 달한다.

서방의 대러 제재 보복으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감축하면서 유럽 에너지 위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양측의 막대한 피해에도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양측 모두 자국이 군사적 이점이 있다고 판단해 휴전 의지가 약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몇 년 동안 계속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세계를 뒤흔든 전쟁의 상흔도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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