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6개월] 팬데믹 이어 전쟁까지, 절망에 빠진 세계 경제

입력 2022-08-23 17:26 수정 2022-08-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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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1개국 1억8100만 명 기아위기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 1년 만에 1000% 폭등
영국 7월 물가상승률, 두 자릿수로 치솟아
IMF, 성장률 전망 1년 새 네 차례 하향

▲울라프 숄츠(가운데) 독일 총리가 루르강변 뮐하임의 지멘스에너지를 방문해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터빈을 둘러 보고 있다. 뮐하임/AP연합뉴스
▲울라프 숄츠(가운데) 독일 총리가 루르강변 뮐하임의 지멘스에너지를 방문해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가스 터빈을 둘러 보고 있다. 뮐하임/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째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도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여파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가 제자리를 찾기도 전에 전쟁까지 몰아치면서 글로벌 사회는 절망에 빠졌다.

세계 핵심 에너지 및 곡물 공급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글로벌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팬데믹 시기 망가진 글로벌 공급망이 추가 붕괴 압박을 받은 영향이다. 기업 실적은 비용 증가로 줄줄이 곤두박질쳤고 민간 소비는 고물가에 얼어붙었다.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에 따르면 전쟁 초기 식량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 7100만 명이 빈곤에 처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41개국에서 최대 1억8100만 명이 기아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에너지 공급 감축 직격탄을 맞은 유럽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날 유럽 천연가스 가격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 9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20.6% 뛴 1메가와트시(MWh)당 295유로까지 치솟아 1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244.55유로)를 갈아치웠다. 1년 전(26유로)보다는 무려 1000% 이상 뛰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로 유럽의 숨통을 조인 결과다. 러시아는 6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량을 40%로 줄였다. 이후 7월 10일간 아예 가동을 중단했고, 가스 공급을 재개하면서 공급량을 기존 물량 대비 20%로 대폭 감축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은 19일 “가스관 가동을 31일부터 3일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가격 폭등을 부채질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하면서 주요국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미국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를 돌파하며 41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7월 영국 물가는 10.1% 상승해 선진국 가운데 홀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맛봤다. 내년 1월 인플레이션이 18%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국 금융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경기침체 가능성도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또다시 하향했다. 1년 새 네 번째 조정으로, 작년 7월 전망치 4.9%에서 3.2%로 대폭 낮아졌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가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경기침체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유럽의 경기침체 위험이 다른 국가보다 훨씬 크다”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가 침몰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더 절망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없다며 평화 협상 기대에 선을 그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전쟁을 계기로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과 자원 안보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성장을 견인했던 글로벌 무역 질서도 막을 내리고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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