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상담소] 가족과 외로움 사이

입력 2022-08-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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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철저하게 고독한 존재이다. 외롭지 않기 위해 결혼을 하고 가족을 만들지만 고독하지 않은 사람 없고 외롭지 않은 사람 없다. 외로움을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관계인 때문일까? 주변을 살펴보면 가족과 함께 살아도 외로워서 못 살겠다는 사람이 많다. 얼마 전 50대의 여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외롭고 쓸쓸해서 못 살겠다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센터로 전화를 한 것으로 보아하니 대상자일 것이다. 이런 경우 보통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지지를 해주는 것이 일차적으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기에 센터 방문을 청했다.

사람들은 중년이 되면 일반적으로 겪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다. 사회적으로 은퇴를 하는 시기이고 갱년기가 찾아와 호르몬 변화로 감정적인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또 자녀들이 학업이나 결혼으로 분가나 출가를 한다. 이 과정에서 중년들은 상실감, 허전함, 외로움 등의 복잡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외로움은 감정의 문제이다 보니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느낌, 아무도 자신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생각에 슬픔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가족 간에 소통이나 감정적 교류가 없는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한 집에 살 뿐 얼굴 보기도 힘들고 나란히 앉아 있어도 각자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이런 걸 두고 ‘고요한 존재의 외로움(quiet-presence loneliness)’이라고 한다.

가족은 영원한 내 편이고 든든한 나의 지원군이라는 생각이 강한 탓인지 가족 내 외로움이 야기하는 후유증은 예상외로 크다. 외로움이 만성화하면 외로운 사람들은 여기저기 아프다고 말한다.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생물학적으로 진짜 통증을 느끼기 때문인데, 외로워지면 면역력도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출되며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진다고 한다. 혈관도 딱딱해지고 신체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서 질병도 잘 걸리고 뇌 기능이 저하되어 치매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고 한다. 게다가 감정의 병인 우울증으로 진행되고 극단적 선택이란 화를 부르기도 한다. 가족들과 산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외로움을 유난을 떤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반대로 나의 무심함을 탓할 일이다. 가족 내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괜찮냐고 물어보고 감정을 교류하는 것, 서로 간의 유대감,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 정서적인 교류가 충만할 때 외로움으로부터 내 가족을 보호할 수 있다. 가족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일상이 필요하다.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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