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이자 배우에서 작가로…'은혜씨의 포옹'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입력 2022-08-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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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작가라고 합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진행된 책 ‘은혜씨의 포옹’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은혜 씨(왼쪽)과 그의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석주 기자 ssp@)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진행된 책 ‘은혜씨의 포옹’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앞서 은혜 씨(왼쪽)과 그의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석주 기자 ssp@)

자신의 존재를 설명하는 것만큼 난해한 작업은 없다. 특히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은 자신을 설명할 단어나 문장 자체가 적기 때문에 그 작업이 더욱 힘들다. 그나마 있는 말들도 온갖 차별과 혐오로 얼룩져 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진행된 책 ‘은혜씨의 포옹’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은혜 씨는 자신을 “작가”라는 단어로 소개했다. 알려진 것처럼 은혜 씨는 발달장애인이다. 하지만 그의 존재가 발달장애인으로만 정의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 배우의 언니 역할을 맡았던 배우이고, ‘니얼굴 은혜씨’라는 간판을 내걸고 지금까지 무려 4000여 명의 캐리커처를 그린 화가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가 자신을 설명할 단어가 풍부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그런 점에서 화가이자 배우,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은혜 씨의 모습은 더없이 소중하다.

‘은혜씨의 포옹’은 은혜 씨가 마음이 아프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지만 소중한 위로의 책이다. 은혜 씨의 어머니이자 장애와 여성을 주제로 한 만화를 꾸준하게 그려온 장차현실 작가는 이날 간담회에서 “은혜 씨가 사람과 포옹한 사진이 많더라. 이걸 그림으로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포옹의 몸짓은 참 그리운 무엇이다. 관계에 대한 그리움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는 의미로 이 책과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책에 대해 최은영 소설가는 “누군가의 상처받은 마음을 안아주고 싶을 때, 이 책은 그 마음을 대신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라며 “우리 품 안에서 곤히 잠든 사랑을 두드려 깨우는 마음의 힘이 이 책에 있다”고 말했다.

‘은혜씨의 포옹’은 제목 그대로 ‘포옹’이 핵심인 책이다. 은혜 씨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의 포옹이 사람과 사람의 경계를 허무는 치유의 몸짓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은혜 씨는 “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다. 사람을 안으면 내가 따뜻해진다. 따뜻하면 기분이 좋다. 포옹은 사랑”이라고 설명했다.

▲노희경 작가 (송석주 기자 ssp@)
▲노희경 작가 (송석주 기자 ssp@)

▲한지민 배우 (송석주 기자 ssp@)
▲한지민 배우 (송석주 기자 ssp@)

▲김우빈 배우와 은혜 씨 (송석주 기자 ssp@)
▲김우빈 배우와 은혜 씨 (송석주 기자 ssp@)

이번 기자간담회는 24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은혜 씨의 개인전 ‘포옹전’의 오픈과 함께 진행됐다. 개인전에는 은혜 씨가 직접 그린 한지민 배우, 김우빈 배우와 ‘우리들의 블루스’ 극본을 맡은 노희경 작가 등의 캐리커처가 전시돼 있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는 김우빈 배우가 보낸 화환이 세워져 있었다. 이에 대해 은혜 씨는 “꽃도 보내주고 고맙고, 나에게 잘해주죠. 생일파티 할 때도 잘 챙겨주고, 손도 잡기도 하고,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은혜 씨는 노희경 작가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저한테 좋은 드라마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섭외도 해주시고, 저한테 따뜻한 말도 해주시고, 사랑을 주시고, 늘 감사하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며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은혜 씨는 “늙었지만 정말 고생했어.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잘 살자. 죽지 말고”라며 애틋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은혜 씨 (문학동네)
▲은혜 씨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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