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글로벌 혁신] 디자인 리더십의 첫걸음

입력 2022-08-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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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아무래도 필자가 학교에서 행정에 관여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항상 고민해야 하는 것이, 어떤 프로그램 활동과 커리큘럼이 교육이라는 마켓에서 이 학교의 마켓 포지션을 굳건히 하고, 나아가 더 증대시킬 수 있는지이다. 이는 사실 다른 조직에서도 필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어떻게 하면 특정 기관이나 조직이 그들이 속한 활동 공간이나 마켓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지, 특히 디자인이 소비 상품의 제조와 판매에 중요한 요소인 산업에서 어떻게 리더십을 확보하고 지켜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많다.

리더십이라는 개념이 디자인 분야에서 다소 생소하긴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디자인 리더십의 첫걸음은 당연히 창조적 디자인 능력이 충만한 사람을 고용하고 그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디자인 리더십은 크게 두 가지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하나는 혁신적인 디자인 솔루션을 제시하고 마켓에서 성공시켜, 지속적인 디자인 혁신을 통한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디자이너가 조직의 리더로서 미래의 변화 방향을 감지하여 조직의 전반적 상품 서비스 전략 정책에 반영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투자를 끌어내며, 조직의 지속적 혁신성을 키워 나가는 데 필요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능력이다.

우리는 이제껏 이 두 디자인 리더십 중 첫 번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를 달성하는 데 집중적 노력을 하였으나, 사실 두 번째 디자인 리더십의 능력이 키워지지 않으면 앞의 것을 달성하기 어렵고 한두 번의 성공은 이룰지라도 지속적인 경쟁력을 지켜내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경우 첫 번째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두 번째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보이고 만질 수 있는 형체를 만드는 일에 주로 관여하기에, 대부분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교육이 조직과의 인과관계, 마켓에서 중요한 관념적이고 관계적인 콘셉트를 접하고 활용할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어떻게 디자인 리더십의 두 축을, 특히 두 번째의 경쟁력을 일구어 나가는지는 조금은 긴 논의이다. 하지만 필자가 우선적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이 모든 노력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런 자세들이 디자인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에게도 요구되지만, 리더의 마을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이러한 자세로 함께 밀고 나갈 수 있는 태도와 의지가 중요하다.

디자인이건 테크놀로지건 미디어건 디자인을 요구하는 어느 산업군에서도 의사결정자를 뽑을 때 꼭 하는 질문들이 있다. 조직에서 자존심과 자존감으로 잘 움직이지 않는 디자이너들을 어떻게 포용하며 그들의 능력을 끌어낼 것인지, 그리고 다른 조직 간, 조직원 간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이다. 사실 이 두 질문은 어떤 마켓이나 조직에서든 리더의 자리에서 관리하고 이끌어야 하는 이슈이다. 왜냐하면 어떤 조직에서도 정치와 사람과의 관계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자인처럼 그 과정이 빠듯하고 창조성, 차별성, 감성과 감정, 자유로움이 중요시되는 공간에서는 조직 구성원 간의 관계가 극한으로 치닫기 쉽다. 서로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싸우거나 진정한 소통을 거부하는 상황이 흔히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은 긍정적인 관계 문화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며, 노력을 이끄는 자의 위치와 비전을 흔들어 중요한 의사 결정을 어렵게 만들어 조직이 더 큰 마켓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점은 어느 조직에서도 싸움의 근원은 분배와 공정성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즉 어떤 디자인 프로젝트가 또는 어떤 조직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본이 정의롭게 배분되는지, 또한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지 또는 성공의 기여도에 대한 정당한 인지와 보상이 있는지이다. 특히 중요한 디자인 능력인 창조성과 혁신성은 성공과 실패 여부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 시도가 격려되지 않으면 충분히 발휘되기 어렵다. 조직원의 존재 이유를 계속 테스트하며 증명하게 만드는 조직 문화가 가장 성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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