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 서학 개미, 주식 ‘매수’보다 ‘매도’

입력 2022-08-25 14:15 수정 2022-08-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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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킹달러’에 서학 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주춤하고 있다. 특히 주식을 사기보다는 갖고 있던 주식을 팔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을 챙기는 모양새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 투자자들의 이번 주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들은 이달 초 하루 평균 5억5775만 달러를 거래하다가 둘째 주 6억4810만 달러로 거래량을 늘리더니 지난주부터는 거래를 줄이고 있다. 지난주 일평균 거래량은 5억9503만 달러, 이번 주는 5억1120만 달러다. 이는 지난달 마지막 주(4억9318만 달러)에 이후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1308.1원에서 1325.9원으로 껑충 뛰었던 지난주, 서학 투자자들은 28억3499만 달러치의 주식을 매수하고 31억1528만 달러를 매도했다. 주식을 사들이지 않고 정리에 나선 것이다.

투자자들이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이유는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환율이다. 갖고 있던 주식을 환율이 올랐을 때 매도하면 환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 주주가 1주를 각각 5일(1298.3원)과 23일(1345.5원)에 매도한 후 바로 원화로 환전했다면, 5일에 판 주식으론 약 112만 원을, 23일에 판 주식으로는 약 119만 원을 손에 쥔다. 위 기간 주가 상승분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시점에 판 주식을 모두 23일에 환전한다고 치더라도 5일에 판 주식보다 23일에 판 주식으로 4만 원가량의 이익이 더 생긴다. 반대로 테슬라 주식을 사려면 환율이 오른 만큼 한화가 더 들어 투자자로서는 매수할 요인이 줄어든다.

이번 주 들어 환율이 1345.5원에 마감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서학 투자자들은 15억2777만 달러를 매도하고 15억3951만 달러를 매수했는데, ‘킹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포지션이 바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뉴노멀이 될 환율 1300원”이라며 “러시아 전쟁(유럽 경제 부진)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 일본은행(BOJ)의 일드커브콘트롤 등 조건이 변경될 때까지는 달러가 강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달 서학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밈 주식을 대표하는 AMC 엔터테인먼트 홀딩스(3229만 달러)였다. 인텔(2389만 달러), 블루버드바이오(1291만 달러), 루시드 그룹(1002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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