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에게는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 보다 더 명쾌한 형태의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이란 제목의 발표를 통해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진국들이 큰 폭으로 중앙은행 자산을 확대했지만, 그 과정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의 문제로 인해 경제주체들이 정책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어지는 등의 약점도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소통 수단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과거 연방준비제도(Fed)가 ‘적어도 2015년 중반까지’ 또는 ‘적어도 실업률이 6.5% 이상으로 유지되는 한’ 등의 조건 하에서 ‘저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표현 등을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의 예로 들었다.
그는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의) 과도한 단순화로 인해 시장이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게 되면 중앙은행은 출구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진다”며 “2013년의 긴축발작이 그 사례로, 당시 미 연준의 긴축 정도가 크지 않고 정책전환 기조가 조심스럽게 언급됐음에도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함으로써 금융시장의 혼란을 촉발했던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특히 선진국의 이 같은 통화정책으로 인해 중앙은행이 신뢰성 훼손을 우려해 기존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고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들었다.
그는 “최근 저인플레이션에서 고인플레이션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중앙은행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러한 경직성으로 인해 정책전환을 미뤄 온 것에 일부 기인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최근 주요 중앙은행이 포워드 가이던스를 중단한 것 역시 이 같은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의 단점들 때문일 수 있다며, 이는 한국, 중국 등 신흥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의 경우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 급격한 경제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더욱 중요하다”며 “따라서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가 신흥국의 이상적인 정책수단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비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의 대안으로 ’시나리오에 기반한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지난달 국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자간담회 사례를 언급했다. 이 총채는 당시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한은 총재들이 “당분간 통화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비교해 매우 명쾌한 소통 방식으로 인식됐다.
이 총재는 “신흥국에의 경우 선진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기본 시나리오와 대안 시나리오를 만들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반대 의견도 상당한 게 사실”이라며 “최근 한은 통화정책 결정은 이러한 논쟁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달 사상 첫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는데 이미 시장에 예견돼 있어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가 더 중요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일종의 절충안을 취했다”며 “공식의결문에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와 같은 정성적 문구만 포함하기로 한 반면,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전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인지, 아니면 단기에 그칠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던 상황도 예로 들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보다 강력한 금리 정상화 정책을 제안하고, 반대의 경우 완화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정책을 제안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 포워드가이던스를 했다면 저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고인플레이션 국면으로 넘어가는 최근의 이행과정에서 보다 유연하게 정책대응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신흥국들은 앞으로 시나리오 기반의 전통적 포워드 가이던스와 같은 보다 정교한 정책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신흥국 및 소규모 개방경제가 각자의 여건과 필요에 최적화된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분석 역량, 경험의 축적, 폭넓은 연구가 필요하며, 지금과 같은 때야말로 이를 위해 투자할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