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대통령을 임금님으로 만들지 말아야

입력 2022-08-30 05:00 수정 2022-08-3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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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순천 갑 당협위원장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순천 갑 당협위원장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순천 갑 당협위원장

여당 의원,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비판하면 안 되는가? 권은희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와 관련해서 근본적으로 드는 의문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 22일 권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텔레그램 대화 공개와 관련하여 “장소적으로는 ‘용산 시대’인데 실질적으로는 ‘경복궁 시대’로 됐다”고 비판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과 경찰국 신설 반대 등 당론에 반하는 행동을 한 점을 문제 삼아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권 의원의 주장은 비판받을 점이 적지 않고, 특히 여당 의원이 국무위원 탄핵을 주장한 것은 과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권 의원을 징계할 일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면 된다.

정치인의 발언은 찬반 논쟁이 불가능한 수준의 막말이 아니라면 국민에 의해 평가받으면 되는 것이고,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은 9명의 윤리위원이 작은 회의실에 앉아 그 허용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특히 국회의원의 표현의 자유, 발언의 자유는 삼권분립 원칙과 직접 관련이 있다.

삼권분립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로, 민주주의 체제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당 의원이 대통령과 행정부를 비판할 수 없다면, 여당 의원은 입법부임에도 ‘행정부 견제’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삼권분립에 비추어 이러한 결론이 부당함은 물론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여당 의원의 침묵이 아니라 더 적극적인 감시와 의견제시다. 여당과 행정부의 당정협의를 보다 실질화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할 것이나, 더욱 중요한 것은 여당 의원들이 행정부에 대해 비판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문화의 확립이다. 여당의 주인은 대통령도 의원도 아니고, 당원과 국민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최근 이준석 대표의 가처분 사건에서 정당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명시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정당이 그 활동에 있어서 자율성을 가진다 하더라도 당원의 의사를 반영하여야 한다는 정당민주주의 원칙과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하는 경우까지 허용된다고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소수로 구성된 당내 기구의 의결로 “수십만 당원과 일반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고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여당과 야당 모두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면 이러한 재판부의 결정은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7일 의원총회에서 재판부의 결정을 우회하기 위해 당헌·당규를 다시 개정하기로 하고, 이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 등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준 언행을 강력 경고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가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태도를 보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대표를 징계할 것이 아니라, 비판하면 된다. 이 대표가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불합리하게 비판하면 국민들이 가장 먼저 평가할 것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어 가장 큰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 내부기관인 윤리위가 징계를 한다는 발상도 황당하지만, 실질적인 징계의 이유가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기 위해 청와대에서 나와 용산시대를 열었고, 취임사와 광화문 경축사에서 30회가 넘게 ‘자유’를 외쳤다. 우리 대통령을 ‘본인을 비판할 자유’는 인정하지 않는 위선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고자 애쓰는 대통령을 여당 의원들이 다시금 임금님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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