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로 살펴보면 수입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은 석유정제, 화학, 철강 등은 가격 전가가 크게 일어났다. 운송장비, 정보기술(IT) 제조, 음식·숙박 등은 가격 전가 정도가 낮았다.
한국은행 동향분석팀은 30일 조사통계월보 '수입 물가 상승의 산업별 가격 전가 분석-원자재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통상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국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도 높아진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생산 비용이 증가해 최종재 가격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물가 충격이 최종재 가격에 어떻게 전가되는지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로 수입 물가가 하락할 때보다 상승할 때, 그 폭이 작을 때보다 클 때 가격 전가가 더 크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물가가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지는 정도,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정도는 산업별로 차이가 났다. 석유정제, 화학, 철강 등 제조업에서 가장 빠르고 그다음은 건설업, 전기가스업, 서비스업 순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석유정제, 화학, 철강업은 수입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고 가격 전가도 크게 일어나는 업종으로 분류됐다. 특히 수입물가가 1%p 오를 때, 석유정제품 가격은 1.32%p 올랐다. 수입물가보다 오름폭이 더 컸다.
보고서는 "석유정제업은 원자재 투입비중이 70%로 다른 업종 대비 크게 높은 데다 가격 탄력성이 낮아 가격 전가가 쉽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항공, 해운 등 운수업도 원자재 투입 비중이 높고 업종 내 경쟁 관계가 약해 가격 전가가 크게 일어났다. 건설업은 생산 비용 증가가 최종재 가격에 반영되는 정도가 커 가격 전가가 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전기·가스의 경우 석탄, 천연가스 등 원자재 투입비중은 상당히 높았다. 다만 공공요금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았다.
IT 제조, 운송장비 등은 원자재 투입비중도 작고 수요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해 원가가 올랐다고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광원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수입물가 오름세가 연중 내내 지속될 경우 전기·가스, 제조업을 중심으로 전산업 생산비용이 9.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입 물가 가격 전가의 비대칭성, 비선형성에 비춰볼 때 국제원자재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높을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라며 “물가안정 정책 및 경제전망 수행 시 산업별로 수입 물가 가격 전가 정도의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