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이라크에서 반외세 정파를 이끄는 이슬람 시아파 정치인 무크타다 알사드르(48)가 29일(현지시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은퇴선언으로 정파 간의 무력 충돌이 빚어지면서 이라크 정국 혼란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빌레(DW)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 의회 내 시아파 최대 정파인 알사이룬의 지도자인 알사드르는 이날 트위터에서 "동료 시아파 정치인들이 개혁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나는 최종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정치 활동과 관련한 기관이나 사무실은 폐쇄될 것이나, 문화·종교 시설 운영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알사드르는 그간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해왔다.
이라크는 지난해 10월 총선을 치렀으나, 내각 구성 문제를 놓고 반외세 정파인 알사이룬 정파와 친이란 정파 연합체인 '조직의 틀'(Coordination Framework) 사이 갈등이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총선 당시 알사이룬 정파는 73석을 확보해 다수당이 됐으나, 내각 구성에 실패했다. 친이란 정파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알사이룬 정파의 내각 구성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6월 알사이룬 정파 소속 의원 73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자 알사이룬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치적 협의는 전혀 진척된 것이 없다.
알사드르가 이날 정계 은퇴를 선언하자 지지자 수백 명은 무스타파 알카드히미 총리 사무실을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앞서 군 당국은 이날 오후 3시 30분에 수도 바그다드에 통행금지령을 내렸지만, 시위대는 이를 무시하고 총리 사무실과 총리 관저와 외교 공관이 밀집한 '그린존'에 진입을 강행했다.
이에 이날 '그린존' 내에서는 알사드르의 지지자와 친이란 정파 추종자들 사이에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무력 충돌은 총격전으로 번지면서 이로 인해 2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무력 충돌로 1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알사드르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평화 여단'이라고 불리는 무장 전투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반미 성향에 이웃 나라 이란과도 거리를 두고 있어 시아파의 친이란 세력과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