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의 '외화내빈 세미나' 이번엔 오명 벗을까?

입력 2009-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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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금융시장 현 상황에 부합..시장 방향성 제시 여부는 지켜봐야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는 시장 분위기가 대체적인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세미나 개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속빈 강정'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것인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국내 신평사들은 그동안 신용평가 세미나를 개최할 때마다 기관투자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고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을 넘어 올바른 시장 전망과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같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신평사들은 세미나에 참석했던 참가자들로 부터 역시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보고서 수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 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국제 금융시장 위기로 국내 금융시장내 불안이 극에 달했을 당시 신평사들은 이같은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현실감이 다소 떨어지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시장으로 부터 빈축을 산 바 있다.

물론, 아주 동 떨어진 주제를 선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신용평가 방법론이나 개별 기업, 산업 전망과 같은 내용들은 통상적으로 보고서를 통해 수 차례 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 국내 신평사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제히 신용평가 세미나 개최에 나선다. 세미나 개최 순서도 이상하리 만큼 지난해와 닮은 모습이다.

26일 한신정평가를 시작으로 한국기업평가가 31일, 한국신용평가가 내달 1일 차례로 신용평가 세미나를 개최한다.

먼저 한신정평가는 이날 은행권 이슈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은행산업의 동향 및 전망'과 관련해 첫 번째 세션을 담당하고 이강욱 한신정평가 금융산업평가실 책임연구원이 '은행의 최근 이슈 및 리스크 요인'에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오는 31일 국내 조선업을 둘러싼 주요 이슈에 대해 조명한다. 역시 두 개의 세션으로 나눠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박사가 '금융경색에 따른 조선산업 진단'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하고 정상훈 한국기업평가 팀장이 '조선산업의 주요 Credit Issue'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한기평측에 따르면 이번 세미나를 통해 조선사별 주요 신용 이슈 전망, 신용평가 관점에서의 향후 모니터링 포인트, 조선업의 수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선박 금융 등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신용평가가 오는 4월 1일 건설산업 환경 변화와 정책 접근에 관한 주제로 '건설산업 평가방법론'에 대해 송민준 한신평 평가 2실 애널리스트가 발표에 나서고 '건설산업 환경 변화와 이슈 진단 및 전망'에 대해 노익호 한신평 건설 담당 연구위원이 나설 계획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3월말 4월초 릴레이 형식으로 개최되는 신용평가 세미나가 일단 주제에 있어서는 지난해와 달리 현재 금융시장 트렌드에 대체로 부합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이들은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올들어 석달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미국 '빅3' 구제금융, 동유럽발 금융위기 확산 우려, 외환시장 불안 재부각 여파에 심한 부침을 겪었다는 점에서 명쾌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과 다르게 시장참가자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을 염두한 신용평가 서비스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단순한 업황과 재무제표 분석에서 벗어나 명확한 소신을 갖고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신평사들이 발행사 영향력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등급 평가를 매기고 있다는 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기업설명회와 신용평가를 혼동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ㆍ조선 업계의 유동성 위기와 자금 압박, 시중 은행권의 재무건전성 충족 여부 등과 관련한 주제 선정이 이뤄진 만큼 시장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것이냐를 두고볼 계획"이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외국계 신평사와 같이 공신력을 더욱 높이고 시장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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