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업계, 구조조정 바람 거세…스타트업 올해 인원 감축 4만명 넘어

입력 2022-08-3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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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직원 수, 최근 2개월 여만에 2배 증가
소프트뱅크 투자한 유니콘, 집중적 감원 대상
스냅 전 직원 20% 감축 등 대기업도 정리해고

미국 IT 기업들의 인원 감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경영 환경 악화로 비용 절감을 위한 특단의 조치이지만, 이 같은 감원 바람이 다른 분야로도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세계 IT 기업들의 감원 현황을 집계하는 플랫폼 ‘레이오프 추척기(Layoffs.fyi)’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미국 IT 스타트업의 레이오프(Layoff·일시 해고)가 지난달 29일 기준 4만2000명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감원 규모는 최근 2개월여 만에 두 배 증가했다.

IT 업계 감원 규모는 올해 5월 2년 만에 처음으로 6000명을 넘어섰고, 이후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감원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기업도 많아 실제 감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감원에 나서는 스타트업 중 ‘유니콘’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3401억 원)를 웃도는 스타트업을 말한다. 유니콘은 저금리 기조로 만들어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투자받고, 이 돈으로 채용 확대에 나서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여파에 각국이 긴축 기조에 돌입하면서 지출 억제가 이들 유니콘 기업의 지상과제가 되고 있다.

또 7월 기준 미국에서 레이오프에 나선 104개 스타트업 중 12개가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의 출자를 받은 기업이다. 비전펀드는 유니콘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자해왔는데, 실적 악화에 올 들어서는 투자 대상을 엄격하게 선정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대기업들도 최근 잇따라 감원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전체 직원의 3%에 해당하는 약 300명을 감축했고,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직원의 10%를 감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소셜미디어 스냅은 전날 광고 수요 침체 등을 이유로 전체 6500명 직원의 약 20%를 정리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도 경기침체를 우려로 채용 계획 축소에 나섰다.

이를 반영하듯 구인사이트 인디드에 따르면 7월 22일까지 4주간 소프트웨어 개발 구인 수는 17.3% 감소했다. 또한, IT 기업이 집중한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등의 4주간 구인 수 역시 8.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다른 지역의 구인 감소세는 0.6%에 그쳤다. 그만큼 IT 기업들이 채용에 어느 정도 신중해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IT 업계를 시작으로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혹독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8월 초 미국 기업 임원 약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가 ‘감원을 실시 또는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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