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의 머니무브]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비관론은 왜 빗나갔을까?

입력 2022-09-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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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활동인구 감소에도 토지가격 상승…주택공급 감소·저금리에 ‘부동산 러시’

시계를 10여 년 전으로 되돌려 보면,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넘쳐 흘렀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의 관계자가 “인구 감소로 부동산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일본형 장기 침체 위험이 높다는 주장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흘러넘쳤다. 그러나 한국 아파트 가격은 2021년 한 해에만 20% 이상 상승해 2002년 카드 버블 이후 최고의 해를 보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 이유를 파헤쳐 보자.

생산활동인구 감소 시점이 부동산 붕괴 원년?

<그림 1>은 한국의 생산활동인구 비중과 실질토지가격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2010년대 중반을 고비로 생산활동인구의 비중이 줄어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생산활동인구란 15~64세의 인구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 내 활력을 불어넣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물론 65세 넘어서도 일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한국인의 평균적인 건강기대수명은 66.3세에 불과하다. 기대수명이 83.5세로 늘어났지만, 질병이나 장애를 지니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나이는 생각보다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 따라서 65세 이상 인구가 늘어나면 그 나라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정부의 재정 부담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생산활동인구 비중이 줄어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실질토지가격은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관론자들의 주장은 왜 빗나갔을까?

2014년 ‘9·1 대책’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

15~64세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음에도 토지가격이 급등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2014년의 이른바 ‘9·1 대책’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는 대규모 택지 공급 시스템인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2017년까지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택지 지정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재건축 안전진단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공급 확대 정책이 포함된 것도 사실이지만, 미분양이 누적된 상황이었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이후 주택 착공이 감소하고 신규 청약 열기가 높아지며, 전국의 주택 미분양은 2015년 6만 호에서 2020년 2만 호 밑으로 내려가는 극적인 변화를 유발했다.

주택 공급 감소뿐만 아니라 강력한 저금리 흐름도 주택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2010년 1월 5.94%이던 가계대출 금리는 2020년 8월 2.64%까지 내려갔으며, 같은 기간 가계신용은 843조 원에서 1729조 원으로 늘어났다. 금리 하락이 주택 시장에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데 주택금융공사에서 발표하는 주택구입여력지수가 큰 도움을 준다. 주택구입여력지수란 각 지역에 사는 중앙값 소득 가구가 중앙값 아파트를 구입할 때 발생하는 부담을 측정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 기준으로 주택구입여력지수는 2015년 초 83.7포인트까지 내려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주택구입여력지수 100포인트는 소득의 25%를 이자와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것을 의미하니, 2015년에는 서울 아파트를 큰 부담 없이 매입할 수 있었던 셈이다. 물론 2022년 1분기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3.7포인트를 기록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급격한 노령화 진전에도 10년 가까이 금리 하락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생산활동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에 금리가 낮아진 이유가 있을까?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60세부터 적자로 전환해 28~59세 동안의 저축을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한국의 노인가구는 117.1조 원의 적자를 기록하지만, 15~64세 인구는 131.7조 원의 흑자를 기록한다. 참고로 일생에서 1인당 소비가 가장 많은 시기는 17세로 연 3462만 원에 이르는데, 이는 대학입학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육 관련 소비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50대 인구의 소비는 가파르게 증가하며, 결국 60세를 전후해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이 숫자대로라면 노령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경제 전체의 저축이 줄어들어 이자율이 상승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채권시장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좌우되기에, 자금의 공급이 줄어들수록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 거의 10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금리는 줄곧 떨어지기만 했다.

美 금리변화에 동조, 금융시장 개방도 한 원인

한국의 금리가 떨어진 직접적인 이유는 금융시장 개방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림 3>에 나타난 것처럼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금리가 미국의 금리 변화에 동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채권시장이 개방되며 약 9%에 이르는 국채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데다, 최근 잭슨홀 콘퍼런스에서의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발언 직후 한국 등 전 세계 채권금리가 급등한 것처럼 심리적인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 등 세계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한국 내수시장이 개방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한국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 국내의 변수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노령화에 의해 국내 저축이 줄어들더라도 해외 금융시장과의 동조화 압력이 더 커진다면, 금리는 얼마든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주택 관련 각종 원자재 가격도 글로벌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은 점점 글로벌 시장에 연동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와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치고, 다음 시간에는 한국의 고령화가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것을 약속하며이만 글을 줄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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