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1360원 넘긴 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오를까?

입력 2022-09-04 14:22 수정 2022-09-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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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산적… 1400원도 가능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360원을 넘기면서, 시장의 관심은 환율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1차 저항선을 1365원∼1380원대로 보고 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을 압박하는 악재가 많아 14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 약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이후 3개월도 안 돼 1360원을 넘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천명한지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강달러가 한층 가속했다.

지난주 달러·엔 환율이 24년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140엔을 돌파하면서 미국 달러화당 일본 엔화 가치는 1998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달 미국 달러에 대해 약 5% 하락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국민투표 충격이 시장을 강타했던 2016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유로화와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최근 110선에 육박하며 2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고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임박했지만, 여전히 긴축 정책을 강화할 여지가 있다”며 “이에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추가로 15%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 등으로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른 위안화 약세가 나타났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 약세로 이어진다.

무역수지 적자 확대도 원화의 약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247억23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다. 무역수지 적자는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더 많은 것으로 국내 달러 공급을 줄여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발한다.

( 조현호 기자 hyunho@)
( 조현호 기자 hyunho@)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환율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올해 고점을 1365원 정도로 봤는데, 시장에서 경계 심리가 고조되면 오버슈팅(단기 급등)이 나올 수 있다”며 “1400원까지도 갈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일차적인 심리적 저항선은 1380원 정도”라면서도 “1400원도 가능은 하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는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상단을 확인하려는 투기성 베팅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강달러에 맞서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려는 세계 각국의 ‘역통화전쟁’도 더 격화할 전망이다.

이번 주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호주중앙은행(RBA)이 6일, 캐나다중앙은행이 7일,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각각 통화정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들 모두 인플레이션 억제와 더불어 연준 긴축 강화에 보조를 맞추고자 최소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0.75%포인트 인상인 ‘자이언트스텝’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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