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EU, ‘한국과 IRA 대응’ 질의에 “WTO 제소 포함 모든 옵션 검토”

입력 2022-09-04 14:13 수정 2022-09-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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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본지에 대변인 명의 입장문 보내
“뜻 같이하는 동맹국들과 계속 협력할 것”
최근 원론적 입장만 밝혔지만, 이번엔 직접 제소 거론
“IRA 설계 분명 차별적, 기후대응 의욕 꺾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020년 7월 1일 한국-EU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신화뉴시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020년 7월 1일 한국-EU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신화뉴시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IRA가 미국 전기차업계에만 유리한 법안이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가 WTO 제소를 거론한 가운데, EU도 관련국들과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4일 본지는 ‘IRA 문제를 놓고 한국 정부와 협력할 의사가 있는지’에 관해 EU 집행위원회(EC)에 입장을 요구했고 EC는 미리암 가르시아 페러 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보내왔다.

페러 대변인은 “EU는 이제 WTO에 제소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뜻을 같이하는 동맹국들과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공식 브리핑에서 “차별적이다”, “WTO와 양립할 수 없다” 정도의 발언을 내놨던 페러 대변인은 이번엔 직접 제소를 거론했다.

특히 페러 대변인은 보조금 지급 전제 조건으로 내년까지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 부품 중 50%를 북미에서 제조해야 하고 그 비율을 2029년까지 100%로 늘려야 한다는 조항과 니켈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40%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제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조항 등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후자 역시 비율을 향후 80%까지 높여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페러 대변인은 “전기차 세액공제 설계는 분명히 차별적”이라며 “이러한 조항은 WTO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이며, EU와 미국의 기후대응 관련 의욕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EU의 경우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국내외 생산자 모두에 제공된다. 이는 국제 무역 규칙을 존중할 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따라서 EU는 미국이 해당 법안에서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WTO 규정을 온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EC 부위원장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IRA 승인 후 처음으로 화상회의를 열었다.

페러 대변인은 “돔브로브스키 부위원장은 IRA가 가진 잠재적인 차별성에 대한 EU 측의 우려를 전했고, EU 제조사들을 차별하는 것은 미국 차량의 전기화를 훨씬 어렵게 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감소시킨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EU와 미국은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IRA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국회는 1일 ‘한미 FTA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IRA는 수입산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 적용이 WTO 협정과 한미 FTA 등 국제통상 규범을 위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은 지난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2025년까지 유예하는 잠정 조치를 미국 측에 제안했다”며 “모든 가능한 방안을 다 시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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