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힌남노’에 부산·울산이 더 긴장하는 이유

입력 2022-09-05 16:54 수정 2022-09-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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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는 5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6일 오전 1시 제주에 가장 근접하고, 오전 7시 전후에 경남해안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남에서도 특히 부산과 울산이 초긴장 상태입니다. 같은 경남인데 부산·울산이 더 위험한 이유가 뭘까요?

2003년 ‘매미’ 때…부산vs거창 바람차이, 초속 10m 이상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해상에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뉴시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해상에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뉴시스)

2003년 9월 12일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매미는 중심기압의 최저치가 954h㎩로 태풍 ‘사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중심기압을 기록했는데요. 특히 강풍으로 인한 피해를 많이 남겼죠. 당시 일 최대풍속 초속 51.1m, 최대순간풍속 초속 60m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태풍의 ‘매우 강’ 단계는 최대 풍속이 초속 44m 이상~54m 미만으로 붑니다. 사람과 커다란 돌이 날아갈 수 있는 정도죠. 최대풍속이 초속 54m 이상이 되면 ‘초강력’ 단계로 불리는데요, 이는 건물이 붕괴 될 정도의 강도입니다.

당시 매미는 제주도를 거쳐 남해안에 상륙했습니다. 이어 내륙을 관통한 뒤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며 경상도와 남부지방을 초토화했는데요. 총 131명의 시민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52조 원(역대 두 번째)의 재산피해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같은 경남 지역이라도 위치에 따라 차이가 컸습니다. 당시 태풍의 진로 오른쪽에 있는 부산에서는 초속 42.7m, 통영에서는 초속 43.6m의 강풍이 기록됐습니다. 반면 진로 왼쪽에 있는 합천에서는 초속 31.9m, 거창에서는 초속 27m의 강풍이 불었습니다. 진로 오른쪽과 왼쪽의 바람 차이가 초속 10m 이상 벌어진 것입니다.

태풍 오른쪽은 ‘위험 반원’…왜?

▲지난달 31일 오전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인이 촬영한 힌남노. (미국 항공우주국 지구관측소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31일 오전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인이 촬영한 힌남노. (미국 항공우주국 지구관측소 홈페이지 캡처)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발달하는데요. 북위 30도를 넘어서면 동쪽으로 휘어지며 움직이게 됩니다. 북위 30~60도 사이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이때 태풍이 움직이는 진로의 오른쪽을 ‘위험반원’, 왼쪽을 ‘가항반원’이라고 부릅니다.

태풍의 오른쪽이 더 위험한 이유는 ‘바람’ 때문입니다. 태풍의 진행방향과 태풍 자체의 바람 방향이 일치해 더 큰 강풍이 불게 되는 건데요. 태풍의 오른쪽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부는 태풍 자체의 바람에 편서풍이 합쳐지면서 더욱 강한 바람이 만들어집니다.

반면 태풍 진로 왼쪽인 ‘가항반원’은 태풍의 진행 방향과 태풍 중심으로 불어 들어가는 바람의 방향이 반대입니다. 바람이 서로 부딪히며 힘이 상쇄되면서 오른쪽보다는 상대적으로 풍속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다만 강한 태풍은 태풍의 눈 주변에도 강한 비바람이 불기 때문에 가항반원에 속하더라도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힌남노의 예상 진로에 따르면 부산과 울산이 태풍의 오른쪽인 ‘위험반원’에 들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힌남노가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매미’보다 낮은 중심기압을 갖고 제주도와 남해안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또 태풍이 남해안에 도달하는 시간과 만조 시간이 겹칠 것으로 예상되며 폭풍 해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상청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다 위험”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근접하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직원이 태풍 ‘힌남노’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근접하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직원이 태풍 ‘힌남노’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이번 태풍 ‘힌남노’는 안전지대가 없다고 합니다. 가항반원과 위험반원은 상대적인 것일 뿐 태풍 주변이면 어디든 위험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은 현재 예상대로 힌남노가 움직이면 우리나라 대부분이 ‘가항반원’에 들어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폭풍반경(바람이 초속 25m 이상으로 강하게 부는 구역)에 들어가면 경로상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힌남노 진로에 따른 폭풍반경을 보면 남부지방은 물론 충청남부와 강원남부 일부 등도 들어간다”며 “태풍 진행방향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폭풍반경에 들면 매우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힌남노는 5일 오전 현재 서귀포시 남남서쪽 390㎞ 해상에서 시속 23㎞로 북진하고 있습니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30hPa와 초속 50m로 ‘매우 강한 태풍’입니다. 위험반원에 들어가는 부산·울산은 물론, 전역에서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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